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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황남빵을 ‘화제’가 아니라 ‘문제’로 받아들여야" (데일리안,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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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8회 작성일 25-11-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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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황남빵을 ‘화제’가 아니라 ‘문제’로 받아들여야" (데일리안, 2025.11.07)

https://www.dailian.co.kr/news/view/1569910/


시진핑 주석의 지난 10월 31일 황남빵 언급이 큰 화제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그가 선물 받은 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말한 것이다.

시진핑의 말을 곱ㅅ십어야 한다.

10월 29일 이재명은 번쩍번쩍한 무궁화대훈장과 신라금관 모형을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해 입을 벌어지게 했다. 트럼프가 귀국 길에 ‘에어포스 원’에 싣고 가서 백악관 위치 좋은 곳에 전시하라 했다니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잘한 일이다. 말 한마디로 한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들썩이는 트럼프니 억대 선물이 아깝지 않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 이상 무엇이라도 해야 할 현재 한국의 형편이다.

다만 시진핑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중국 역시 외교, 안보, 경제에서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력이 있고, 그 조타수가 시진핑이다. 더구나 그는 4년마다 바뀌는 고용 사장과 다르다.

트럼프가 떠나고 11월 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은 시진핑에게 최고급이란 본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나전칠기 쟁반을 선물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성을 기울였던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고 상훈이자 약 200돈의 금이 들어간 무궁화대훈장과 휘황찬란한 금관 대 바둑판과 자개 쟁반이다. 같은 행사에, 똑같이 국빈 방문으로 참석한, 그것도 세계를 무대로 패권 다짐을 벌이는, 경쟁·대결적 두 사람에게 준, ‘필자에게는 너무나 큰 차이가 느껴지는’ 선물이다.

시진핑이 APEC 참가 다른 정상들도 받았을 황남빵을 말할 때, 그는 이틀 전 이재명이 트럼프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지 알고 있었다.

빵이 맛있다 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이재명이나 정부가 기쁨을 표하고 언론·방송이 대서특필하는 행태가 과연 적절한가. 15억 중국 인민들은 이재명이 트럼프와 자신들의 대장 시진핑에게 준 선물의 엄청난 간격에 어떤 생각을 가질까.

빵을 언급한 다음 날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은 늦게 도착해 순서를 바꾸어 제일 늦게 입장했다. 우리 정부나 전문가들은 다음 개최지가 중국이라 그것을 부각하기 위한 중국의 의도적 행동이라 설명했다.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중국이 국가 및 수반의 위신을 위해 몸가짐, 의례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신중하게 계산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황남빵이 맛있다”를 빵 이야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재명과 정부는 여기에 더해 이번에 시진핑이 체면을 단단히 구긴 일을 하나 더 벌였다. 핵 잠수함이다.

선물 푸대접에 더해, 이재명은 핵 잠수함 보유를 트럼프에 설득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해와 서해에서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준 선물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본비자나무 바둑판과 나전칠기 쟁반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과 정부가 선물 간 확연한 차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번에 트럼프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겠다, 경제 협상을 위해 트럼프에게 ‘올인’하겠다고 했다면 탓할 일은 아니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할 한국이다. 핵 잠수함 보유도 필요하다. 시진핑이 오건·있건 말건 말할 것은 말하고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고 이재명과 정부가 판단했다면 그것도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후과(後果)다. 이렇게 큰일을 벌인 책임을 이재명과 정부가 지고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을 팔고 미국에 사탕발림한 이재명과 정부에게 시진핑과 중국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펼칠까. 많이 격조했던 관계의 복원을 위해 애쓰는 김정은과 시진핑이다.

김정은이 9월 3일 중국 전승 80주년을 맞아 베이징을 찾았고,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에 평양에 왔다. 김정은은 10월 24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 전쟁 참전 75주년에 직접 평남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렬사릉원’을 찾아 헌화했다.

시진핑의 방북이 곧 있을 것이다. 김정은과 어떤 내용을 합의하고, 중·북 협력을 어떻게 할지, 황남빵과 핵 잠수함으로 절치부심(切齒腐心)했을 시진핑의 행보가 우려된다. 중국은 진작 2014년 10월 자기 부분을 완공했으나 북한이 미루었던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재명은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으로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했다 주장했지만, 시진핑의 “급변하는 국제 및 지역 정세에 직면해 양국이 우호의 전통을 계승하고 동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와 차이가 있다.

공동 합의문도 발표문도 없었다. 시진핑은 북한 비핵화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배석했던 왕이 외교부장이 관련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다.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은 2박 3일 머물렀다. 자기 볼일만 보고 선물 챙겨 가버린 트럼프와는 달리 APEC 정상회의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차기 APEC 의장국이기 때문에, 아시아 맹주임을 과시하기 위해 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시진핑이 이번 방한에 노력을 기울였음은 사실이다. 방한 전 10월 28일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 한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을 제목으로 한 기사에서, 두 나라가 임진왜란 시기 함께 싸웠으며, 항일전쟁 시절 양국 인민이 생사를 함께했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재명은 시진핑의 황남빵 감사에 신이나 즉시 중국 대표단 전원에게 빵 200상자 선물을 지시했다.

조국 비대위원장은 11월 2일 자신의 ‘뇌피셜’에 의하면, 황남빵에 황제 ‘황(皇)’자가 있어 이재명이 트럼프 이상으로 시진핑을 예우한 선물이란 ‘용비어천가’로 숟가락을 얹었다. 중국인이 황금을 좋아한다는 사실, 트럼프가 진짜 황금을 들고 간 반면 시진핑은 황자의 빵을 받았다는 현실에 눈감은, 진작부터 오작동한 뇌피셜이 망가진 언동이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자도 황남빵을 좋아한다고 확실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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