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김정은의 이재명 빚 독촉, 도발 가능성" (데일리안,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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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8-22 16:30본문
[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김정은의 이재명 빚 독촉, 도발 가능성" (데일리안, 2025.08.22)
https://www.dailian.co.kr/news/view/1538723/
김여정의 입을 빌린 김정은의 대남 나발이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행태에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이재명과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김정은은 대내외 정치용으로 규정한다. 한반도 긴장 고조 및 남북 관계 경색 책임을 김정은 자신에게 돌리려는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와 달리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여 국민 지지를 견인하면서 내년 지자체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한다.
김정은의 이런 시각에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으로부터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환한 미소, ‘평화의 사도’ 같은 언변에 김정은이 속는 척하며 문재인을 속이려 했는데 김정은이 진짜 속았다.
김정은이 간절히 희망했던, ‘적당한’ 핵 협상과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거간꾼을 문재인이 자처했고, 김정은은 그를 믿고 세 번이나 만나주었다. 평양 시민 15만명을 동원해 문재인이 스스로 감동·감격했던 연설의 기회도 주었다.
그랬던 결과, 2019년 2월 장장 60여 시간을 열차로 하노이에 달려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생일대의 수모를 겪었다. 다시 60여 시간 주먹을 내리치며 울분을 삭여야 했다.
반면, 문재인은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북·미 대화를 중재했다, 전쟁 방지를 위한 9·19 군사합의를 이끌었다 등의 나발을 불어 2020년 총선에 완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김정은 자신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미국으로부터 신뢰가 없는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쏟아놓았던 장밋빛 약속, 그 어느 것도 실천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차마 자신이 나설 수 없어 - 자신이 나선다면 문재인에 바보처럼 당한 바로 자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 김여정 등 아랫사람을 시켜 문재인에게 사람 취급하지 않는 비난을 퍼부었다.
문재인은 그런데도 김정은의 답방 및 종전선언의 향기를 모락모락 피워가며 임기를 알차게 다 채웠다.
임기 말 문재인은 김정은이 이별 선물로 자신을 존경한다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자랑스레 공개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이 인증되었다 대내외에 선전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으로 비난하던 김정은이 문재인에 내려보낸 그 서신은, 문재인이 퇴임 후에 자신과 나눈 말들 그리고 자신에 관한 부정적 말들을 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 ‘미소의 협박장’이었다.
김정은은 이재명에게도 같은 평가를 냉정하게 정확히 내리고 있다. ‘대내외 정치용 쇼’를 그만하라고 외친다.
김여정의 8월 14일 발언이다.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합동군사훈련 문제 역시 조정이니, 연기이니 하면서 긴장 완화에 왼심이나 쓰는 것같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서울의 위정자들이 저들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에 대해 미화분식하면서 여론을 퍼뜨리는 데는 목적이 있다. 우리의 호응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고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저들의 ‘긴장 완화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정세 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세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타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8월 19일에도 김여정은 “국가수반(김정은)의 대외정책구상을 전달포치”한다면서 이재명 비난을 이어갔다.
“며칠 전에도 강조했듯이 한국의 위정자들이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들도 저들이 바라는 조한 관계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모른다면 천치일 것이다”,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또 누구라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평화 시늉과 관계 개선에 대한 장황한 횡설수설을 계속하고 있는 데는 궁극적으로 조한 관계가 되돌려지지 않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우자는 고약한 속심이 깔려있다.”
“확실히 리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깐 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 평화를 위해 저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자는 속심이다.”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다.”
둘째, 김정은은 이재명과 정부가 통일정책·대북정책에 있어서 ‘본질적 변화’를 공식화할 것을 계속 압박한다.
김정은은 이재명이 트럼프와 그 행정부로부터 신뢰를 문재인 이상으로 얻지 못한 실정이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대미 정책에 이재명을 활용할 가치가 전혀 없다,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 대통령이 8월 1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3단계 비핵화(“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핵과 관련해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지 - 그것도 트럼프가 목마르게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 이재명의 한국과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대 미국용 이재명 역할이 전무(全無)한 지금의 상황에서 김정은은 이재명과 정부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남북 관계상의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자신의 ‘2민족·2국가론’에 대한 호응이다.
2민족 주장이야 남쪽의 국내 상황,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힘들더라도, 남북이 이제는 별개의 국가라는 2국가 주장만이라도 이재명과 정부가 확실히 받기를 압박한다.
이 대통령이 80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 흡수통일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김정은의 간에는 기별도 가지 않는다.
북한 체제 존중은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다시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오히려 모욕으로 느낀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김정은 정권을 완전 없는 것으로 부정할 수 있는가.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별개의 회원국이다.
서독은 동독과 1972년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유엔에 동시 가입해도, 체육협정·청소년협정·문화협정·과학기술협정·언론방송협정·환경보호협정 등에 서명하고 수많은 주민 간 접촉·왕래, 교류 협력을 실행했어도, 동독을 정치적 실체로써 체제로서는 인정했지만, 동독이 주장하는 2국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독 주민도 독일 국민으로 규정해 서독으로 오면 서독 국적을 자동으로 가지도록 했다. 그런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 모든 면에서 앞서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서독을 동독 주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해 행동으로 옮겨 하나가 되었다.
유럽에서 유학하며 동독이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김정은이 체제 존중에 만족할 리 없다, 체제 존중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모를 리 없다.
이재명과 정부가 남과 북이 확실히 별개인 두 개의 국가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라는 것이다. “통일하지 말자,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소통과 협력하는 공존이 사실상의 통일이다”를 정책화하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이 통일할, 남쪽과 하나가 되고자 움직일 이유, 근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는 것이다.
평화도 그런 차원에서 ‘한반도 특수적 평화’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제법적 평화’를 말하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런 평화에 당연히 화답할 것이고, 이후 일의 진행 순서는 일사천리로 짜여있다. 두 국가 간 평화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혹은 ‘평화협정’으로 전환, 유엔군사령부는 당연히 해체, 평화를 합의했는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미군 주둔이 왜 필요하냐는 요구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의 이재명에 대한 본질적 변화 압박에도 이유가 있다. 이재명의 대선 승리를 김정은이 확실하게 도왔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에 대한 이재명의 혐의에 입을 닫아주었다.
본질적 변화 독촉은 이재명에 대한 김정은의 빚 독촉인 셈이다. 만약 그럼에도 이재명이 확실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
김정은의 도발 가능성이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 동안 김정은은 도발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 아래 윤 정부가 ‘비례성의 대응’으로 김정은의 도발에 2배 혹은 3배로 보복했기 때문이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 출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기구 살포에 김정은이 한 것은 오물 풍선이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까, 지도력에 상처가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도발한들 이재명과 정부가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확성기·방송 금지 등에 관심이 없다는 데도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실행하겠다, 통일부가 2018년부터 발간한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 발행하지 않고 내부 자료용으로만 쓰겠다(8월 19일) 등 김정은 눈치를 살피는, 김정은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이재명과 정부 아닌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일본 패권을 두고 동군과 서군 간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대회전(大會戰)’에서 동군 대장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서군을 배신하고 자신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미적대는 고바야카와 히데아키에게 총탄을 퍼부어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히데아키의 참전이 결정적 승부수가 되어 이에야스는 일본을 장악했다. 250년 도쿠가와 막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정은, 빚을 갚아야 할 이재명이 뜻대로 움직임이지 않으면 포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김정은, 김여정 입으로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 자극하면서 이재명의 본질적 변화를 협박하고 있다.
이재명의 김정은 구애는 북한 관광 허용, 비전향장기수 북송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김정은을 만날 길은 아득하다.
https://www.dailian.co.kr/news/view/1538723/
김여정의 입을 빌린 김정은의 대남 나발이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행태에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이재명과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김정은은 대내외 정치용으로 규정한다. 한반도 긴장 고조 및 남북 관계 경색 책임을 김정은 자신에게 돌리려는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와 달리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여 국민 지지를 견인하면서 내년 지자체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한다.
김정은의 이런 시각에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으로부터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환한 미소, ‘평화의 사도’ 같은 언변에 김정은이 속는 척하며 문재인을 속이려 했는데 김정은이 진짜 속았다.
김정은이 간절히 희망했던, ‘적당한’ 핵 협상과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거간꾼을 문재인이 자처했고, 김정은은 그를 믿고 세 번이나 만나주었다. 평양 시민 15만명을 동원해 문재인이 스스로 감동·감격했던 연설의 기회도 주었다.
그랬던 결과, 2019년 2월 장장 60여 시간을 열차로 하노이에 달려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생일대의 수모를 겪었다. 다시 60여 시간 주먹을 내리치며 울분을 삭여야 했다.
반면, 문재인은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북·미 대화를 중재했다, 전쟁 방지를 위한 9·19 군사합의를 이끌었다 등의 나발을 불어 2020년 총선에 완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김정은 자신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미국으로부터 신뢰가 없는 문재인이 김정은에게 쏟아놓았던 장밋빛 약속, 그 어느 것도 실천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차마 자신이 나설 수 없어 - 자신이 나선다면 문재인에 바보처럼 당한 바로 자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 김여정 등 아랫사람을 시켜 문재인에게 사람 취급하지 않는 비난을 퍼부었다.
문재인은 그런데도 김정은의 답방 및 종전선언의 향기를 모락모락 피워가며 임기를 알차게 다 채웠다.
임기 말 문재인은 김정은이 이별 선물로 자신을 존경한다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자랑스레 공개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이 인증되었다 대내외에 선전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으로 비난하던 김정은이 문재인에 내려보낸 그 서신은, 문재인이 퇴임 후에 자신과 나눈 말들 그리고 자신에 관한 부정적 말들을 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 ‘미소의 협박장’이었다.
김정은은 이재명에게도 같은 평가를 냉정하게 정확히 내리고 있다. ‘대내외 정치용 쇼’를 그만하라고 외친다.
김여정의 8월 14일 발언이다.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합동군사훈련 문제 역시 조정이니, 연기이니 하면서 긴장 완화에 왼심이나 쓰는 것같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서울의 위정자들이 저들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에 대해 미화분식하면서 여론을 퍼뜨리는 데는 목적이 있다. 우리의 호응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고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저들의 ‘긴장 완화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정세 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세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타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8월 19일에도 김여정은 “국가수반(김정은)의 대외정책구상을 전달포치”한다면서 이재명 비난을 이어갔다.
“며칠 전에도 강조했듯이 한국의 위정자들이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들도 저들이 바라는 조한 관계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모른다면 천치일 것이다”,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또 누구라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평화 시늉과 관계 개선에 대한 장황한 횡설수설을 계속하고 있는 데는 궁극적으로 조한 관계가 되돌려지지 않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우자는 고약한 속심이 깔려있다.”
“확실히 리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깐 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 평화를 위해 저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자는 속심이다.”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다.”
둘째, 김정은은 이재명과 정부가 통일정책·대북정책에 있어서 ‘본질적 변화’를 공식화할 것을 계속 압박한다.
김정은은 이재명이 트럼프와 그 행정부로부터 신뢰를 문재인 이상으로 얻지 못한 실정이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대미 정책에 이재명을 활용할 가치가 전혀 없다,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 대통령이 8월 1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3단계 비핵화(“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핵과 관련해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지 - 그것도 트럼프가 목마르게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 이재명의 한국과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대 미국용 이재명 역할이 전무(全無)한 지금의 상황에서 김정은은 이재명과 정부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남북 관계상의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자신의 ‘2민족·2국가론’에 대한 호응이다.
2민족 주장이야 남쪽의 국내 상황,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힘들더라도, 남북이 이제는 별개의 국가라는 2국가 주장만이라도 이재명과 정부가 확실히 받기를 압박한다.
이 대통령이 80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 흡수통일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김정은의 간에는 기별도 가지 않는다.
북한 체제 존중은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다시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오히려 모욕으로 느낀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김정은 정권을 완전 없는 것으로 부정할 수 있는가.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별개의 회원국이다.
서독은 동독과 1972년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유엔에 동시 가입해도, 체육협정·청소년협정·문화협정·과학기술협정·언론방송협정·환경보호협정 등에 서명하고 수많은 주민 간 접촉·왕래, 교류 협력을 실행했어도, 동독을 정치적 실체로써 체제로서는 인정했지만, 동독이 주장하는 2국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독 주민도 독일 국민으로 규정해 서독으로 오면 서독 국적을 자동으로 가지도록 했다. 그런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 모든 면에서 앞서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서독을 동독 주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해 행동으로 옮겨 하나가 되었다.
유럽에서 유학하며 동독이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김정은이 체제 존중에 만족할 리 없다, 체제 존중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모를 리 없다.
이재명과 정부가 남과 북이 확실히 별개인 두 개의 국가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라는 것이다. “통일하지 말자,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소통과 협력하는 공존이 사실상의 통일이다”를 정책화하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이 통일할, 남쪽과 하나가 되고자 움직일 이유, 근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는 것이다.
평화도 그런 차원에서 ‘한반도 특수적 평화’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제법적 평화’를 말하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런 평화에 당연히 화답할 것이고, 이후 일의 진행 순서는 일사천리로 짜여있다. 두 국가 간 평화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혹은 ‘평화협정’으로 전환, 유엔군사령부는 당연히 해체, 평화를 합의했는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미군 주둔이 왜 필요하냐는 요구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의 이재명에 대한 본질적 변화 압박에도 이유가 있다. 이재명의 대선 승리를 김정은이 확실하게 도왔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에 대한 이재명의 혐의에 입을 닫아주었다.
본질적 변화 독촉은 이재명에 대한 김정은의 빚 독촉인 셈이다. 만약 그럼에도 이재명이 확실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김정은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
김정은의 도발 가능성이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 동안 김정은은 도발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 아래 윤 정부가 ‘비례성의 대응’으로 김정은의 도발에 2배 혹은 3배로 보복했기 때문이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 출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기구 살포에 김정은이 한 것은 오물 풍선이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까, 지도력에 상처가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도발한들 이재명과 정부가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확성기·방송 금지 등에 관심이 없다는 데도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실행하겠다, 통일부가 2018년부터 발간한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 발행하지 않고 내부 자료용으로만 쓰겠다(8월 19일) 등 김정은 눈치를 살피는, 김정은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이재명과 정부 아닌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일본 패권을 두고 동군과 서군 간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대회전(大會戰)’에서 동군 대장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서군을 배신하고 자신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미적대는 고바야카와 히데아키에게 총탄을 퍼부어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히데아키의 참전이 결정적 승부수가 되어 이에야스는 일본을 장악했다. 250년 도쿠가와 막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정은, 빚을 갚아야 할 이재명이 뜻대로 움직임이지 않으면 포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김정은, 김여정 입으로 “리재명은 이러한 력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 자극하면서 이재명의 본질적 변화를 협박하고 있다.
이재명의 김정은 구애는 북한 관광 허용, 비전향장기수 북송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김정은을 만날 길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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