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웅의 통일토크] "시일야방성대탄(是日也放聲大歎)" (뉴스퀘스트,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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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5-03-31 17:03본문
[손기웅의 통일토크] "시일야방성대탄(是日也放聲大歎)" (뉴스퀘스트, 2025.03.31)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2380
좀 오래전의 일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문가, 사회단체가 격돌하고 있었다. 조금의 인정도 양보도 없었다. TV방송의 시사토론들에서 양 진영이 불을 뿜었다.
나름 묘안이라 생각한 것이 ‘끝장토론’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할 만한 선수 두 명씩, 서울 외딴 장소에서 점심 식사 후부터 점심까지 주어진 주제로 24시간 토론하는 것이다.
사회는 필자가 맡았다. 그래도 약간의 합의점은 있으리라 기대했다. 북한(당시 김정일 체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바람직한 통일·대북정책은,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생각하나를 주제로 제시했다.
오후 내내, 잠깐의 저녁 식사 후 밤이 늦도록, 아침 9시부터 점심 전까지 전투에 전투가 이어졌다. 나름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행동으로 실천까지 하는 전문가들이라 상대의 주장을 깎아내리고 거부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멱살을 잡지 않았을 뿐 고성(高聲)이 대화였다.
점심 자리에서 밤새 고민하며 준비한 ‘비장의 비수’를 꺼냈다. “남과 북이 만나도 합의점을 만들어 합의문을 작성합니다, 어째 우리 남쪽끼리 합의점 하나 없습니까?”
그제야 말문들이 열렸다.
“우리도 남북 교류협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정일과도 대화해야지요...”
“주한미군을 당장 철수하란 것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지만 보안책은 마련해야지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TV토론에 나가서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반기고 안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즉각 정색의 답변이 양측으로부터 돌아왔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지지자 수와 후원금이 확 떨어져 나갑니다. 우리도 상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현실입니다.
유일하게 일성(一聲)으로 공감대를 이룬 끝장토론의 끝내기였다.
그래도 당시엔 통일관·대북관이 달라도, 공개석상에서 열띠게 눈을 부라렸어도, 돌아서면 웃으며 악수하고 술잔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었다.
문재인이 ‘학씰히’ 망쳤다. 대북에 대외·국내 정치를 더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편, 니편으로 딱 갈랐다.
상대는 타도와 청산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적나라한, 한치의 부끄럼 없는 ‘내로남불’이 그들에겐 시대정신이었다.
윤석열의 되치기가 다시 되치기를 겪는 중이다.
4류도 못 되는 정치야 그렇다 하더라도, TV방송에서 구색으로 맞춰져 나오는 패널들이 가관이다. 어떻게 저렇게 받아치고, 저걸 지식이랍시고.
태반이 변호사다,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한 수재들의 교언영색이다.
아전인수의 유튜버들도 점입가경이다. 진영 논리, 나는 선 너는 악이다.
속한 진영 인사를 통렬히 비난하는 것은 소신이라 하겠지만, 상대 진영에서 알랑거리며 이용당하는 모습은 차마 보기 힘겹다.
여기에 사법부까지 참전했다. 명문화된 법조문이 있는 만큼 추상같은 판단으로, 정치판을 시원하게 쓸어줄 청량한 바람일 줄 알았다.
무시무시한 법복의 권위로 법정을 치장하고, 언어기술자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뒷무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상황이 정국이 이래서일까, 아니면 그들만이 노는 장마당이 저 높은 곳에 따로 있는 것일까.
그렇게도 윤석열과 정부 비난에 열 올리던 북한이 남쪽의 극단적인 탄핵 찬반 혼란에도 입 다물고 있다. 간헐적으로 하던 정황 보도도 없다, 오물 풍선도 멈췄다.
김정은이 ‘2민족·2국가’를 주장하며 우리를 무력으로 쓸어버릴 제1의 적대국이라 했으나, 그래도 ‘한 때’ 같은 민족이고 내부 문제이니 스스로 알아서 잘 극복하라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겉으로의 태연자약이 이미 넓고 깊숙한 남쪽 정국 개입을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역대 최악의 화마가 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로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겪었던 필자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다만 그 열기와 화를 훨씬 넘어서는, 옳고 그름의 확연한 시각을 가지면서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중간에 있어서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분노가, 전국에 일렁임을 믿는다.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2380
좀 오래전의 일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문가, 사회단체가 격돌하고 있었다. 조금의 인정도 양보도 없었다. TV방송의 시사토론들에서 양 진영이 불을 뿜었다.
나름 묘안이라 생각한 것이 ‘끝장토론’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할 만한 선수 두 명씩, 서울 외딴 장소에서 점심 식사 후부터 점심까지 주어진 주제로 24시간 토론하는 것이다.
사회는 필자가 맡았다. 그래도 약간의 합의점은 있으리라 기대했다. 북한(당시 김정일 체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바람직한 통일·대북정책은,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생각하나를 주제로 제시했다.
오후 내내, 잠깐의 저녁 식사 후 밤이 늦도록, 아침 9시부터 점심 전까지 전투에 전투가 이어졌다. 나름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행동으로 실천까지 하는 전문가들이라 상대의 주장을 깎아내리고 거부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멱살을 잡지 않았을 뿐 고성(高聲)이 대화였다.
점심 자리에서 밤새 고민하며 준비한 ‘비장의 비수’를 꺼냈다. “남과 북이 만나도 합의점을 만들어 합의문을 작성합니다, 어째 우리 남쪽끼리 합의점 하나 없습니까?”
그제야 말문들이 열렸다.
“우리도 남북 교류협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정일과도 대화해야지요...”
“주한미군을 당장 철수하란 것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지만 보안책은 마련해야지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TV토론에 나가서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반기고 안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즉각 정색의 답변이 양측으로부터 돌아왔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지지자 수와 후원금이 확 떨어져 나갑니다. 우리도 상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현실입니다.
유일하게 일성(一聲)으로 공감대를 이룬 끝장토론의 끝내기였다.
그래도 당시엔 통일관·대북관이 달라도, 공개석상에서 열띠게 눈을 부라렸어도, 돌아서면 웃으며 악수하고 술잔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었다.
문재인이 ‘학씰히’ 망쳤다. 대북에 대외·국내 정치를 더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편, 니편으로 딱 갈랐다.
상대는 타도와 청산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적나라한, 한치의 부끄럼 없는 ‘내로남불’이 그들에겐 시대정신이었다.
윤석열의 되치기가 다시 되치기를 겪는 중이다.
4류도 못 되는 정치야 그렇다 하더라도, TV방송에서 구색으로 맞춰져 나오는 패널들이 가관이다. 어떻게 저렇게 받아치고, 저걸 지식이랍시고.
태반이 변호사다,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한 수재들의 교언영색이다.
아전인수의 유튜버들도 점입가경이다. 진영 논리, 나는 선 너는 악이다.
속한 진영 인사를 통렬히 비난하는 것은 소신이라 하겠지만, 상대 진영에서 알랑거리며 이용당하는 모습은 차마 보기 힘겹다.
여기에 사법부까지 참전했다. 명문화된 법조문이 있는 만큼 추상같은 판단으로, 정치판을 시원하게 쓸어줄 청량한 바람일 줄 알았다.
무시무시한 법복의 권위로 법정을 치장하고, 언어기술자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뒷무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상황이 정국이 이래서일까, 아니면 그들만이 노는 장마당이 저 높은 곳에 따로 있는 것일까.
그렇게도 윤석열과 정부 비난에 열 올리던 북한이 남쪽의 극단적인 탄핵 찬반 혼란에도 입 다물고 있다. 간헐적으로 하던 정황 보도도 없다, 오물 풍선도 멈췄다.
김정은이 ‘2민족·2국가’를 주장하며 우리를 무력으로 쓸어버릴 제1의 적대국이라 했으나, 그래도 ‘한 때’ 같은 민족이고 내부 문제이니 스스로 알아서 잘 극복하라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겉으로의 태연자약이 이미 넓고 깊숙한 남쪽 정국 개입을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역대 최악의 화마가 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로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겪었던 필자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다만 그 열기와 화를 훨씬 넘어서는, 옳고 그름의 확연한 시각을 가지면서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중간에 있어서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분노가, 전국에 일렁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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