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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토크]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생환을 위한 ‘한국형 자유거래(K-Freikauf)’"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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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88회 작성일 24-05-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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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공동성명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납북 고교생 김영남의 어머니가 일본인 피랍자 메구미의 아버지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손기웅의 통일토크]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생환을 위한 ‘한국형 자유거래(K-Freikauf)’" (뉴스퀘스트, 2024.05.27)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211

김정은 도발에 윤석열 정부가 정공법으로 대응하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현 상황의 귀책사유가 김정은에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 만남을 위한 만남을 위해 무리할 이유가 없다.

정중동(靜中動) 속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북한 주민 변화를 위한 북한 변화”를 위해 체계적으로 착실하게 행보해야 한다. 그 기치는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이다.

다만 그 대상에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는 “불합리한 정치적 이유로 자유를 박탈당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강제로 머물게 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이들의 생환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무이다. 그들의 기본권을 지켜줘야 할 국가의 당위적인 책무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성과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국군포로들은 스스로 결단해 자신의 발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몇몇 납북자들이 가족들을 재회한 것이 전부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이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해 생환의 기회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국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

여기서 방법적으로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반인권적 상황에 놓인 정치범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로 추진되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독일의 ‘정치범 자유거래(Freikauf politischer Häftlinge 혹은 Häftlingsfreikauf)’, 이른바 ‘자유거래(Freikaufㆍ프라이카우프)’ 사례를 활용한 ‘한국형 자유거래(K-Freikauf)’를 고려해볼 수 있다.

서독은 1963년부터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직후까지 동독에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 정치범 31,755명을 석방시켜 서독으로 데려오는 Freikauf를 추진했다. 동독에 남겨진 이들의 자녀 2,000명도 서독으로 데려와 가족이 함께 살도록 했다.

국제정세와 동서독 관계가 냉전, 긴장완화, 신냉전이란 격동과 부침의 시기에도, 정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Freikauf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서독은 동독에게 1인당 Freikauf의 대가로 당시 서독 주민 평균국민소득의 5~12배를 지불하면서 동포인 이들의 자유를 회복시켰다.

독일에서의 정치범과 한반도에서의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간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발생원인, 그들의 삶, 두 체제 상호 관계, 해결을 위한 지금까지의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eikauf가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창조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은 유사성 때문이다.

첫째, 이들 문제의 해결은 국가적 의무로서 어떠한 조치이든 취해져야만 한다. 둘째, 두 사안은 모두 인권적 문제이다. 셋째, 동독은 정치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북한 역시 국군포로·납북자의 존재를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억류자도 정치범이 아닌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 넷째, 독일의 경우 Freikauf 외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이 없었고,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도 Freikauf 외의 다른 접근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섯째, 동독과 마찬가지로 경제난에 빠진 북한에게도 Freikauf가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K-Freikauf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대의 목소리를 예상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의 귀책사유로 인해 억류된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를 우리가 대가를 주면서까지 생환한다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 자체를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반인권적인 행위로 질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거래 상대방이 사라져야 할 김정은 독재권력이라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들은 K-Freikauf가 가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생환을 희망하면서도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들을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면,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과 가족의 아픔을 씻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대가를 주고 이들의 자유를 산다는 사실은 부차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들의 생환을 위한 거래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용납되어질 수 있는 방법상의 문제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이들의 인권문제를 등한시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 더구나 이들을 생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대가를 주는 거래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생환이 도덕적 평가에 선행해야 하며, 따라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

꽉 막힌 현 한반도 상황에서 뜬금없다 할 수 있는 K-Freikauf를 제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북한 주민의 변화를 자극하고, 통일을 촉진할 수 있는 통일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민국이란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독 정부 간에 비밀리에, 비공개로 이루어진 Freikauf는 당시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공개된 비밀(offenes Geheimnis)’로 통했다.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 지를 주민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지속을 위해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최대한 함구했다.

자신을 동포로 국민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삶과 인권 개선을 위해 Freikauf를 추진했던 서독에 동독 주민은 희망을 가졌다.

정치범으로 못 박고 자유를 구속한 동독이 아니라 서독이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를 누릴 수 있는 체제로 판단하고 움직였다. 결국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김정은 독재체제 지탱에, 김정은 권력 유지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K-Freikauf가 사실은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김정은 몰락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통일지향적 차원에서 K-Freikauf를 고려해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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