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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토크] "통일, 해는 기울고" (뉴스퀘스트,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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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9회 작성일 25-02-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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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토크] "통일, 해는 기울고" (뉴스퀘스트, 2025.02.17)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755

<사진 1> 손기웅의 통일 연작

<사진 2> 고향 그리움과 통일 염원을 담은 김규동 시집 “느릅나무에게”(2005)


만 6년의 유학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체르노빌 비극이 터진 날 독일에 도착해 환경문제에 눈 뜨고, 여러 해 준비한 박사논문 주제를 뮌헨대 교수가 거절한 일(그는 일본의 전자산업이 어떻게 전 세계를 제패했는지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평화연구를 붙잡게 하고 삶의 지표가 된 베를린 자유대 지도교수, 혼자 독창하다 중창에서 합창이 된 가족이 떠올랐다.

325페이지 학위논문 말미에 마음을 가다듬고 힘주어 썼다. “나는 인간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믿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나의 학문적 교양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학문 활동으로 평화와 정의와 인류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진력할 것이다.”

1972년 옥스포드에서 사회과학자들이 결의한 선서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비견되는 것으로, 내 삶의 주춧돌로 삼았다.

가야할 길은 한반도 통일을 통한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의 기여다. 베를린 장벽이 열리자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동서쪽 주민들을 현장에서 보며 각오한 통일의 길을 다시 가다듬었다.

독일 통일 25년 맞이 책을 낼 때 이름이 선뜻 떠올랐다, “통일, 가지 않은 길로 가야만 하는 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평화적으로 하나가 된 독일 통일이 바로 대한민국헌법적 통일이고,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유일한 역사적 사례다. 그럼에도 한반도와 독일에는 근본적이고 많은 다름이 있어 우리가 걸어야 할 통일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독일보다 우리 통일 길이 훨씬 힘들고 어렵겠지만, 한반도 모든 주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그리고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될 수 있기에 통일 길을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는 각오였다. 삶의 좌우명이 되었다.

독일 통일 30년 기념 책을 내면서도 작명에 어려움은 없었다, “통일, 온 길 갈 길.” 지난 정부들의, 정치인들의, 국민의 통일 길에는 공과가 있다. 누가 다 잘했거나 다 잘 못했다고 평가될 수 없다.

우리 통일 길은 돌아보며 반성하고, 힘을 얻어 다시 걸어야 하는, 중첩적으로 이어져야 할 길이라 믿기에 온 길과 갈 길 사이에 쉼표를 넣지 않았다.

통일이 아니라 분단 관리에, 평화로 치장한 공존에, 대한민국헌법적 통일에 부합하고 1민족·1국가·1체제·1정부의 독일 통일을 거부하고 국가연합제를 연구한 문재인 정권을 지나며 통일은 공중에 떴다.

대한민국의 근간 자유민주주의마저 흔들렸다. 교유했던 전문가들이 그 정당화·이론화에 열을 올렸다.

스스로 옳은가에 의문마저 생기고, 막막한 상황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대한민국헌법적 통일을 약속했다. 그는 그 길을 걸었다.

힘이 나 독일 통일 33주년에 낸 책 이름을 “통일, 헤어질 결심”으로 잡았다. 이제 그만 통일을 놓아주어야 하는가 하는 그 순간에 다시 각오를 다졌다. 헤어질 결심을 하려 하는 그 마음으로부터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시 뛰고자 작심했다.

사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자로 결정되자 여러 곳에서 함께하자는 요청이 왔다. 고사했다. 핵심 전문가들의 대북 노선을 익히 알기에 그들과 합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속단이었다.

윤 정부의 통일 길이 1993년 학자로서 첫출발하며 발표하고 지금까지 지켜온 길이었다.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다. 안보는 주한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대신 확장억제력 강화, 외교는 미·일 정상과 자유·평화·통일에 합의로 나아갔다.

2024년 12월 3일, 한반도 통일 길이 멈췄다. 북한 주민 변화 가능성을 봤기에 아픔이 너무 크다. 한반도 역사가 어떻게 기록될지 알 수 없으나 그날이 통일 길에 변곡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분단 80년, 독일 통일 35년, 꺾어지는 해에 남다른 감회로 집필하고 있는 네 번째 통일책, 접고자 했다. 그분의 시를 다시 만나기 전에.

김규동의 시(詩) “해는 기울고” 제3연이다.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김규동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및 시 낭송’(2월 15일)에서 마주한 그의 외침이 나의 통일 심장에 다시 불을 놓는다. 그래 가자 가야만 한다, 부끄럽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먼저 반성이다. 나의 통일 길이 아직 50년은 지나지 않았다 자위하면서.

죽여주옵소서

놀다보니 다 가버렸어
산천도 사람도 다 가버렸어

제 가족 먹여 살린답시고
바쁜 체 돌아다니다보니
빈 하늘 쳐다보며 쫓아다니다보니
꽃 지고 해 지고 남은 건 그림자뿐

가버렸어
그 많은 시간 다 가버렸어
50년 세월 어디론가 다 가버렸어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
먹을 것 입을 것
그런 것에나 신경 쓰고 살다보니
아, 다 가버렸어 알맹이는 다 가버렸어
통일은 언제 되느냐
조국통일은 과연 언제쯤 오느냐

북녘
내 어머니시여
놀다 놀다
세월 다 보낸 이 아들을
백두산 물푸레나무 매질로
반쯤 죽여주소서 죽여주옵소서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창밖에는 탄핵 찬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사람들아, 문제는 통일세력, 반통일세력이야...

다음 책 이름은 “통일, 해는 기울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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