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

손기웅원장 자료실

[손기웅의 통일문] "트럼프를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이제와 '변죽만 울렸을뿐' 뒤통수" (최보식의 언론, …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35회 작성일 21-04-29 15:01

본문

[손기웅의 통일문] "트럼프를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이제와 '변죽만 울렸을뿐' 뒤통수" (최보식의 언론, 2021.04.29)

http://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835

귀를 의심했다. 통역이 잘못됐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한 인터뷰라니 문재인 대통령이 영어로 말했을 리 없고, 기가 찼다.

4월 2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정상회담에서조차 써준 원고를 읽던 그가 대본에 없으나 있는 속마음을 밝힌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작정하고 뱉은 말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따라간다. 사실 닮은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모든 국민이 아니라 지지자들만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하고, 반대자는 적으로 몰아 씨를 말리려 한다. 정권의 정통성을 ‘반일(反日)’에서 찾고, 이제 공개적 미국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외교정책,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조리 미국에 떠넘기는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것이, 남북 교류가 막힌 것이 모두 미국 때문이라 목소리 높이는 자칭 문 정권 핵심 전문가들의 변죽에 문 대통령이 직접 조타실에 앉았다.

대북정책 실패의 책임을 미국 전가하고,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으려는 것일까. 내부 대선 후보자들이 외교정책 상 다른 목소리를 낼까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레임덕을 방지하면서 반미 목소리를 업적으로 남기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삶은 소대가리’라 욕한 김정은에게 ‘결단력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임기 내 마지막 ‘남북쇼’를 호소하려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간 안하무인으로 행동한 트럼프에 당한 수치심이 너무 커 그에 대한 보복인가.

그런데 비겁하다. 현직일 때 ‘브로맨스’(bromance)를 자랑하며 있는 말 없는 말 미사여구로 한껏 칭송하던 트럼프를 퇴임하니 뒤통수를 때리는 셈이다. 현직일 때 대놓고 비판해야 그나마 어느 구석에 기록될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사실 이념적으로, 행태적으로, 태생적으로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 트럼프를 치켜세울 때부터 예정되었던 결별의 수순이다. 파안대소하는 두 사람을 뿌듯하게 바라본 국민들만 바보였다. 쇼 한번 잘 했다.

트럼프가 변죽만 울린 것이 사실이더라도 국가 정상은 국가이익을 위해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던가. 비수를 든 한 손을 등 뒤에 감추고 다른 한 손으로 상대방과 웃으며 악수하는 것이 냉엄한 국제관계를 헤쳐 나가는 방법이라 하지 않는가. 트럼프를 때린다고 김정은이 화답할까, 바이든 대통령이 기뻐할까, 시진핑 주석이 감사할까.

트럼프가 발끈하여 ‘문 대통령이 지도자 협상가로서 약했다, 김정은이 결코 단 한 번도 그를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맞대응 한 것은 오히려 점잖았다. 사실 “변죽만 울린 것은 바로 당신이야, 쇼를 나 혼자 했나, 쇼를 기획한 것은 바로 당신이잖아”가 트럼프의 속내가 아니었을까.

판문점 회담(2018년 4월 27일) 3년을 맞으며 되는 것 없는, 남길 것 없는 문 대통령이 미국 비판을 역사책에 남기려 한다. 어려운 경제와 안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 정국에 커져가는 국가이기주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실록쇼’를 시작한다.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과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까 역사 앞에 두렵다.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李箱)의 시 ‘거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거울아니었든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햇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

문 대통령이 거울 속 자신이 되기 위한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지금 제 머리에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불가능한 일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 되겠습니다. 특권, 반칙 없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 보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이 ‘취임사 거울’을 꼭 다시 들여다보기 바라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