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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헌법 4조에 비춰 문재인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최보식의 언론,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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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155회 작성일 21-03-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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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4조에 비춰 문재인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http://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223

우리가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존중한다면 독일통일 사례가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다. 독일 방식이 우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창조적으로 응용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독일통일이 주는 시사점을 논거해 볼 수 있다.

첫째,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 다수의 사람들이 독일통일을 흡수통일이라고 하는데 평화적 합의 통일이 진실이다.

인민이 주인이고, 모든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주장했던 독일민주공화국, 즉 동독체제를 40년간 체험했던 동독 주민이 “이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억압과 굴종을 강요당했다, 더 많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달라, 개혁과 개방을 해라”고 요구했다. 호네커 정권이 이를 거부하지 결국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을 몸으로 무너뜨렸다.

전 세계가 동독의 향방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동독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허용된 1990년 3월 18일 자유 총선거에서 다수가 서독과의 조속한 통일을 선택했다. 선거로 재구성된 동독의 마지막 정부가 서독정부와 협상하고, 독일을 분단시켰던 제2차 세계대전 전승 4국인 미국, 소련(현 러시아), 영국, 불란서와 합의하여 통일을 마침내 1990년 10월 3일 이끌었다.

우리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상정하는 ‘남북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이란 세 단계에 비춰보면 독일이 ‘연합’과 ‘통일’을 11개월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평화적 합의 통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동독 주민의 의지와 염원이었다. 자본주의라 비난했던 서독에 훨씬 더 많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있음을 그들은 깨달았고, 고민했고, 결단했고 움직였다.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준 것은 1970년대 이후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던 서독의 대 동독 주민 접근, ‘접근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Annäherung) 정책이었다. 서독은 국제사회와 함께 동독 주민에 다가가 그들의 삶과 인권을 개선시키고, 무엇이 옳고 그름을 무엇이 좋고 나쁨을 그들 스스로 자각하도록 노력했다.

동독 주민의 반응과 결단은 격렬했다. “우리가 바로 그 국민이다”란 구호로 장벽이 무너지게 했고,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란 구호로 서독에게 통일의 길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사실 지난 세기에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켜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겼던 독일이 통일한다는데 전승 4개국(미국·영국·중국·소련)은 물론이고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이웃국가 중 어느 국가가 선뜻 찬동했겠는가? 더구나 서독이 동독을 강제로 흡수하려했다면 과연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겠는가? 동독 주민이 통일의 길을 걸어왔고, 서독이 그 길을 잘 인도한 평화적 합의 통일이었다.

둘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통일했다. 독일헌법인 ‘기본법’과 독일 국가구성체의 근간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이다. 우리 법제처의 대한민국헌법 공식 영문판은 전문과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하고 있다. 사실상 독일과 동일하다.

흔히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가 현재는 물론이고, 통일된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이자 근간이다. 사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에 규정할 때 독일(당시 서독)의 ‘기본법’을 참고했고, 그것을 축약하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표현했을 개연성이 크다.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체제로의 통일을 원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일의 통일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자유 없는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

셋째, 통일된 독일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분단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대국이 되었다. 정치적 주권을 획득했음은 물론이고 세계무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구(舊) 동서독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EU 전체 GDP의 약 1/3을 차지하는 강력한 경제력을 건설했고, 군사 주권도 회복하여 세계 도처에서 평화유지군(PKO) 등 군사적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구 동서독 주민이 함께 새로운 독일을 만들고자 힘을 모으면서 갈등도 치유되고 있다. 동독 출신의 여성이 16년째 연방총리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연방대통령과 주요 지위도 동독출신의 정치인을 거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통일이 너무나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었다고, 우리의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통일 이전에 누군가가 급속한 통일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남북 주민 간 심리적 갈등이 심할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천천히 해야 한다고 외쳤다면, 돈 때문에 주민 간 괴리 때문에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반대하느냐고 아마 몰매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치 한반도의 통일을 주변 모든 국가가 지지하고 축복하면서 지켜봐주는 양 통일의 기회가 와도 천천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얻었다. 오기도 힘든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고 천천히 하자, 과연 그게 가능하고 옳은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현재 남북한의 경제적, 기술적, 사회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금 통일을 하는 것보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통해, 혹은 남북협력,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등으로 북한이 사회 여러 측면에서 발전한 후 우리와 통일을 하면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나면(지금의 이념과 인물과 정책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을 원할까. 지금의 북한으로 그대로 남거나 오히려 적화통일을 원하지 않을까, 금년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무력을 중심으로 하는 무력 통일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마당이다. 물론 북한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로 발전을 한다면 별개의 문제이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통일과정에서 서독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여, 동독과의 화폐교환 비율이나 동독 주민 임금을 동독에 유리하게 결정하여 통일 비용이 엄청나게 더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만약 화폐 교환비율을 1대 1이 아닌 공식 환율을 적용하여 1대 4로 하거나, 동독의 생산성을 고려하여 임금을 서독부터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다면, 과연 동독 주민이 통일의 길을 달려왔을까. 자신의 재산이 최소 1/4로 줄어들고, 통일 이후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일자리를 얻기조차 어렵고 직업을 가진데도 임금에 큰 차별을 받는다면 통일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당연하게 닥칠 통일 비용, 후유증을 고려하면서도 민족의 대계를 위해서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가능한 빨리 통일을 쟁취해낸 서독 정부의 결단과 능력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통일 이후 분단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국가를 건설한 독일에서도 구 동서독 주민 간의 갈등, 경제적 격차, 실업율의 차이 등은 통일이 30년 지난 지금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불만은 표출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분단 시절로, 과거의 동독체제로 돌아가자는 데모를 들어본 적이 없다.

통일 이후 닥칠 어떠한 어려움도 보다 강력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남북 주민이 합심하여 극복해야 할 일상의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필설로 다 표현하지 못할 혹독했던 일제 식민시대를 거치자마자 맞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모들이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는가를 돌아보고 감사하고, 통일의 앞길을 열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독일통일 30년을 회고하며, 헌법에 따라 통일의 의무를 진 문재인 대통령과 그 행정부에게 묻는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할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여는데 ‘대북 전단 금지법’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70~80년대 민주화 투쟁 시 우리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우리의 자유화, 민주화를 위해 개입해 줄 것을 얼마나 요청했던가. 그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틀어막았던가.

통일은 하나의 과정이고 통일의 목적이 한반도 전역에 남북한 주민 모두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복지를 향유하는,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것인데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거론하지 않고,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 김정은과 상의한 결과인가.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을 규정한 헌법의 준수를 엄숙히 선서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본인은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기초한 평화통일을 추진하겠습니다”라고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취임 후 2018년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왜 빼려고 했던가.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자유는 빼고 민주화만 외쳤던가. 촛불혁명의 시민들이 자유를 뺀 민주주의만 외쳤던가.

과연 문 대통령은 통일을 원하는가.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 주장하지만, 통일로 연계되는 평화와 경제를 말하는가, 아니면 분단 고착으로 이어지는, 김정은 독재체제를 강화시켜주면서 공생하는 평화와 경제인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말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니, 우선 평화경제를 해서 관계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고 통일은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구상이라니, 대통령의 임기가 수십 년이라도 되는가. 집권 5년인데 언제 얘기하겠다는 것인가. 다음 어느 정부도 지지할 수 있는, 헌법에 입각한 정책을 당당하게 처음부터 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지금 ‘한반도 운전자’는 어디에 있나. 독일은 전승 4개국, 주변국가와의 합의 속에 통일을 이끌었는데, 북핵 문제의 해결은 물론이고 통일을 위해 필수적인 4대 주변 강국과의 원활한 외교는 지금 어떤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정의용과 서훈을 다시 세우고 ‘싱가포르 정신’을 운운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볼까. 대한민국의 대미 외교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에게 보여주는 대미 외교를 하는 것인가.

북핵의 완전한 폐기에 우리와 이해를 함께 할 유일한 국가인 일본과의 관계는 어떤가. 모든 국가 간의 관계가 그렇듯이 있는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것이 대외정책의 기본이 아닌가.

중국과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하는 것은 옳지만, 그들이 우리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인가. 설마 국익을 위해 중국이 미국보다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는가. 조선을 일본에 넘긴 ‘카쓰라-태프트 밀약’, 해방이 아닌 점령군으로 온 미국으로부터 아픔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중국이 우리에게 준 고통은 잊었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남쪽 대통령’이라 칭하면서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에서 외친 문 대통령, 우리는 누구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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