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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한반도 평화 진전구도" (최보식의 언론,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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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09회 작성일 21-11-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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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한반도 평화 진전구도" (최보식의 언론, 2021.10.27)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3425

남북관계 개선, 북핵문제 해결,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 묵직한 쟁점들을 둘러싸고 각국은 정중동(靜中動) 속에서 치열한 전략과 책략으로 맞서고 있다.

그 격류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지금 어떠한 위치와 상황에 놓여 있는가, 우리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 인식에 바탕을 둔 전략 수립과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

핵심은 우리의 국가 생존과 성장에 사활적인 모든 현안들이 남북 간의 문제임과 동시에 국제적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남북관계 및 국제적 차원에서 씨줄과 날줄로 연계되는 통일・대북정책, 북핵정책, 외교정책이 치밀하게, 동시에 구사되어야 한다.


<사진>
(X: 갈등・대립 ○: 교류협력 ◎: 교류협력 활성화 △: 접근 ◉: 공동체 형성) / 필자제공

그 해답으로 지난 십여 년 간 ‘한반도 평화 진전구도(Korea Peace Process: KPP)’를 개념화・도식화하여 발전시키면서, 그 실현을 고뇌하고 있다. KPP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서의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 그리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어야 할 종합적이자 단계적인 전략 목표와 정책 방향을 체계화한 것이다.

우리의 ‘평화’는 세 가지 중층적 내용을 포괄한다.

첫째, ‘평화회복’이다. 6・25전쟁으로 깨어진 평화가 다시 한반도에 도래하는 것으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평화유지’다. 한반도에서 회복된 평화를 한반도에서 지킴은 물론이고 동북아 차원으로 확대해나가는 과제이다. 셋째, ‘통일실현’이다. 동북아 다른 국가들은 평화 회복과 유지가 국가이익으로 족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진정한 평화는 통일을 이루어 한반도 내에서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이다.

KPP의 기본 틀은 지난 30년 간 지속되어온 우리의 공식적 통일방안으로서 국가대전략이라 할 수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크게 ‘남북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의 세 단계로 상정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조차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KPP는 국내외 상황에 부응하는 동시에 정책 목표를 구체적・실천적으로 상정하기 위해 남북화해협력 단계를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 → ‘평화공존’의 세 단계로 세분화한다. 한편 국가 간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교류협력의 형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념・정치・군사 분야를 ‘상위정치(High Politics)’ 영역으로, 상대적으로 용이한 경제・사회・문화 분야를 ‘하위정치(Low Politics)’ 영역으로 구분한다.

이 두 틀을 조합하여 우리의 목표・과제와 진전구도를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남북화해협력의 첫 단계인 ‘적대적 대결’은 남북이 상위정치는 물론 하위정치 전 분야에 걸쳐 갈등하면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절의 상황이다. 두 번째 ‘적대적 협력’은 남북이 상위정치 분야에서는 갈등하나, 하위정치 영역인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는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세 번째 ‘평화공존’은 남북이 하위정치 영역에서 활발하게 교류협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위정치에서도 비록 이념적으로는 방향성을 달리하나 정치・군사 분야에서도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한편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북이 이념적으로도 접근하고 상호 합의하는 상・하위정치 분야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상황이다. 마지막 단계인 ‘통일’은 한반도에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바탕 위에 실현되는 최종 단계이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사를 남북화해협력의 세 단계에 연계하여 큰 범주로 살펴보면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의 상황이다. 적대적 협력 단계로 진전되었던 남북관계가 다시 남북이 전면적으로 대립하고 단절된 적대적 대결로 회귀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도 북한의 핵 고도화와 도발로 인해 막혔던 남북관계는 세 번에 걸친 정상회담 개최,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화와 교류의 재개로 적대적 협력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리지 못함으로써 평화공존 단계로의 진입은 물론이고 평화공존의 초입단계로도 전개되지 못하였다.

한편 남북관계의 진행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남북관계가 남북한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는 미국과 중국이 당사국으로서, 북핵문제 해결은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이고 유엔과 EU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제적 쟁점이다.

남북관계 전반이 최소한 동북아 역내 국제관계와 얽혀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세우고 추진해야할 목표・과제와 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남북관계가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 → 평화공존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어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되어야 한다(그림에서 ‘1단계 KPP 구축’). 깨어진 평화가 회복되는 이 과정에 미국, 중국과의 국제공조가 치밀하게 펼쳐져야 한다.

남북관계가 평화공존 → 남북연합으로 진입되기 위한 외부적 전제는 역내 국가들이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인권・환경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을 제도화하고, 모든 쟁점에 관해 평화적으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동북아안보협력기구’의 형성이다(그림에서 ‘2단계 KPP 구축’). 남북이 아무리 평화적 공동 번영을 위해 노력한다하더라도 동북아 역내에 다양한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이 전개된다면 평화가 흔들리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화공존 → 남북연합으로의 남북관계 진전과 동북아안보협력기구의 형성은 한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선순환적 양태로 맞물려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평화공존 → 남북연합 단계로의 진전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 → 평화공존 → 남북연합의 전 과정에서 동북아안보협력기구의 형성이 동시에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진척되어야 한다. 즉 ‘한반도 통합’과 ‘동북아 통합’이 동시에 추진되어 상호 시너지를 얻도록 해야 한다.

한편 최대의 현안은 북핵문제 해결이다. 북한의 정황과 정책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의 단기간 내 해결 가능성은 결코 쉽지 않다. 미・중・러 간의 이견도 고려되어야 하며, 결국 포괄적이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목표 상황인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의 첫 단계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진전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기, 즉 남북관계의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 → 평화공존 과정에 우선 달성한다. 여기에는 핵과 운반수단의 실험 중단, 핵무기・핵물질・핵시설・핵기술의 신고와 사찰, 확산 포기 등이 포함된다(그림에서 ‘북핵문제 1단계 해결’). 그리고 남북관계를 평화공존 → 남북연합으로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동북아안보협력기구를 형성하면서 완전한 북핵 폐기가 진행되도록 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 차원에서 평화회복과 평화유지·관리를 동시에 이끄는 과정에서 북핵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그림에서 ‘북핵문제 2단계 완전 해결’).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통일・대북 및 북핵 정책을 점검하고, 임기 내에 전력을 쏟아야 할 핵심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남북관계 차원에서 적대적 대결 상황을 적대적 협력을 거쳐 평화공존의 단계로 진입시켜야 한다. 둘째, 동시에 국제적 차원에서 6・25전쟁과 갈등으로 초래된 평화 부재의 상태로부터 평화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시키고, 이와 병행하여 북핵문제의 1단계 해결을 구현해야 한다. 셋째, 그 전 과정에서 북핵문제의 완전 해결을 위한 동북아안보협력기구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넷째, 더불어 한반도 전역에 자유와 민주주의가 도래하는 상황, 그것이 모두에게 평화임을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깊숙이 느끼도록 하는 통일외교를 지금부터 통일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펼치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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