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

손기웅원장 자료실

[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41] "증기 전기 디젤 기관차 열기가 엉겼던 프롭스첼라" (매경프리미엄, 20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47회 작성일 22-04-29 18:57

본문

[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41] "증기 전기 디젤 기관차 열기가 엉겼던 프롭스첼라" (매경프리미엄, 2022.04.11)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4/31743/

프롭스첼라역(Bahnhof Probstzella)은 서독 바이에른 경계선에서 1.3㎞ 떨어진 동독 튀링겐에 속한 접경역이다. 1885년 10월 1일에 개장하여 베를린과 뮌헨 철도노선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며 오랜 역사를 가진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마자 부서졌던 역사와 철로를 복원하여 운행을 시작하였고, 11월에는 전기기관차도 다시 움직이게 되었다.

곧 냉전이 시작되자 미군이 점령한 바이에른과 소련군이 점령한 튀링겐도 관계가 얼어붙으며 전기 연계가 단속적으로 차단되었다. 1946년에는 소련이 배상금의 일환으로 프롭스첼라역 전기시설물을 뜯어가자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다.

증기기관차만 숨 가쁘게 오르내리다 1950년이 되어서야 다시 전기가 연결되고 전철이 재개되었다. 분단 시기 서독 DB(Deutsche Bahn· 독일철도)와 동독 DR(Deutsche Reichsbahn: 독일제국철도) 간 유일한 전기철도 연결선이었다. DR는 통일 3년이 지난 1993년 12월 31일 문을 닫고 DB에 통합되었다.


▲ 프롭스첼라역 전경 / 사진=손기웅

동서독이 건국한 1949년 이후 동독 접경역(DDR-Grenzbahnhof)이 된 프롭스첼라역에서 증기기관차와 전기기관차 교체와 수리가 이루어졌고, 1960년대 중반부터 디젤기관차도 함께하였다. 그 대형 기관차 역사가 본역사의 건너편에서 지금은 황폐한 채 지나간 영화를 더듬고 있다.

동독 접경통과역으로서 프롭스첼라는 접경검문소 역할을 하였다. 이를 위해 1976년 역사 옆에 4층의 새 건물 '접경통제소(Grenzkontrollstelle)'가 세워졌다. 비밀경찰 슈타지, 동독 국경수비대, 여권심사 및 세관 등의 활동 공간 외에 20m 길이의 검문통로가 만들어졌다. 동독으로 오거나 동독을 나가는 모든 승객이 여기서 검문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검문역사 내에는 통제실, 대기실, 여권심사실이 있다.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통과허용(Gehendürfen)',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강제대기(Bleibenmüssen)' 표지가 붙은 실내로 들어서야만 했다. 분단 기간 약 2000만명이 이곳을 그렇게 거쳤다.

접경통제소 건물은 통일 이후 10여 년 방치되었고, 훼손 상태가 심해 보존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하자 결국 2008년 해체되었다. 그 대신 본역사의 대합실이 2010년 11월 6일 '동독 접경역 박물관 프롭스첼라(DDR-Grenzbahnhof Museum Probstzella)'로 문을 열고 분단 시기 활동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당시 동독이 여행의 자유를 어떻게 통제하고 억압했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롭스첼라역을 경유해 성공했거나 좌절한 탈출시도와 관련한 자료도 전시되고 있다.


▲ 박물관 안내문, 사진 인물은 1984년 당시 접경통제소 사령관 짜페 중령 / 사진=손기웅


▲ 박물관 내부, 벽에 ‘철조망과 지뢰밭(Stacheldraht und Minenfeld)’이란 역사적 기록영상물이 판매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 사진=DDR-Grenzbahnhof Museum Probstzella·손기웅

▲ 서독행 설렘과 동독행 긴장을 진정하려 목을 축였을 수도 / 사진=손기웅

사라진 접경통제소 자리에 대형 쇼핑몰이 자리 잡았다. 분단 시기 동독에서는 바나나 한 줄, 파인애플 하나가 부와 특권의 상징이었다. 부족한 야채 사정으로 인해 공급이 가능한 채소로만 만든 '새롭고 건강한 동독식 조리법'을 선전해야 했던 시절은 이제 전설의 고향이 되었다.


▲ 접경통제소의 과거와 현재 / 사진=DDR-Grenzbahnhof Museum Probstzella·강동완


▲ 분단 시기 프롭스첼라역 플랫폼 중간에 장벽을 설치하여 서독 여행객이나 승무원이 동독지역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과거와 현재 / 사진=DDR-Grenzbahnhof Museum Probstzella·손기웅

본역사 맞은편에는 당시 호텔이었던 '인민의 집(Haus des Volkes)'을 개조하여 호텔 겸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죽음의 지대에서 그뤼네스 반트로(Vom Todesstreifen zum Grünen Band)' 주제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유리에 붙은 안내문에는 건물이 그뤼네스 반트 내에 있는 이색적인 호텔로서 튀링겐주 건축유산임을 자랑하고, 인근 프롭스첼라 감시탑의 '가해자, 피해자, 가담자(Täter, Opfer, Mitläufer)' 전시회를 홍보하고 있다.


▲ 가해자, 피해자, 가담자 / 사진=손기웅

폐허가 된 기관차 교체·수리 역사의 건물 크기를 보면 접경통과역으로 활약할 당시 프롭스첼라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증기기관차, 전기기관차, 디젤기관차가 숨 가쁜 열기로 헐떡이고, 망치 소리와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폐허의 기관차 역사 / 사진=손기웅

숨 막히는 긴장 속에 강제대기실을 서성였던 동독이나 서독의 여행객은 그래도 오갈 기회는 가졌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