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

손기웅원장 자료실

[손기웅의 통일문] "대통령 취임 뒤로 그에 대한 ‘불안’을 일단 내려놓을 수 있었다" (최보식의 언론,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53회 작성일 22-06-15 16:26

본문

[손기웅의 통일문] "대통령 취임 뒤로 그에 대한 ‘불안’을 일단 내려놓을 수 있었다" (최보식의 언론, 2022.05.23)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7056

윤석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미국과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 재건설이 핵심이었다. 군사동맹에서 자유, 민주, 인권을 기치로 한 가치동맹에 더하여, 경제·과학기술의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확대·발전 합의가 의미를 더했다.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온 것은 윤석열에서 국가지도자 자질, 대한민국 대통령상을 확인한 것이었고, 그의 당당함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평생을 특수통 검사로 일했고, 짧은 검찰총장 경험 외에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경륜과 능력이 과연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의혹과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다. 대선 토론과정에서 그는 이를 씻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그의 연설에 주목하였다. 내용은 물론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발음, 억양, 소리, 자세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그의 취임사, 국회 시정연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보고 듣고 뜯어보면서 그에 대한 ‘불안’을 일단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연설에 담긴 전문 용어와 지식이 자신에 내재화되었을 때, 자신이 확실히 이해하고 입력하였을 때, 전달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힘이 실리게 된다. 벼락치기 속성 공부를 했건, 평소 독서와 대화를 통해 쌓은 상식이건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써준 종이를 읽거나, 종이 없으면 말 못 하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달되기는커녕, 신뢰와 감동을 전할 수 없다. 자신에 쌓인 것이 없는데 무엇을 결단할 수 있을까. 일의 옳고 그름 판단에 자신감이 없는데 정책추진에 어떻게 힘이 실릴 수 있을까. 지도자가 파악하고 판단하여 힘주어 제시할 때, 휘하 사람들은 임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지도자의 의지를 확실히 새기며 실행에 노력할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연설은 주장과 설득이자 호소다, ‘낭독’이 아니다. 보여주고 듣게 하는 그의 몸 전체가 국민과 세계를 대상으로 한 그의 표현 도구이자 통로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직후 통일연구원에 첫 출근했다. 모두에게 ‘북한의 향방, 김정일체제의 전망’이란 과제가 주어졌다. 정치이론을 공부하여 북한 연구에 왕초보였던 상황에서 난감했다. 자료실을 뒤적이다 먼지에 쌓인, 북한 제작 비디오테이프 두 개를 발견했다. 각각 90분짜리로 1980년 제6차 노동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일의 1983년 중국 방문실황을 담고 있었다.

평양을 기차로 출발하여 신의주와 단동을 거쳐 북경역에 도착했다. 첫 번째 놀란 것은 마중 나온 중국공산당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과 김정일의 태도였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양 정상은 악수를 나누고 도열한 의장대를 나란히 걸으면서 사열하는 광경에 익숙한 우리다.

그런데 일흔을 바라보는 혁명원로 후야오방과 김정일이 포옹하고, 팔짱을 끼다시피 양 손을 맞잡고 밀착하여 함께 걸으면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이다. 한·미가 아무리 가깝다 해도 문화적 유대 속에서 나타나는 북·중 관계와 같을 수는 없다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더욱 놀란 것은 김정일이 보여준 당당함이었다. 중국 10대 정치국 상무위원 거의 모두를 만나면서 보여주는, 비록 목소리는 들을 수 없으나 그의 말하는 얼굴과 태도, 앉은 자세 하나하나에서 그가 ‘제왕학(帝王學)’을 제대로 교육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뻘 원로들 앞에서 마흔을 갓 넘은 그는 전혀 꿀림 없이 자유롭고 힘차게 온몸으로 지도자상을 뽐내었다.

북한 전문가 거의 대부분이 ‘북한에 곧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김정일은 지도자적 능력이 없고 개인적으로 큰 결함이 있어 체제를 지탱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공중파·지상파에 번져가는 상황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일은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는데 상당한 자질을 갖추고 있고, 체제 변화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전개되었다.

김정일 급사 이후 등장한 김정은이 2012년 4월 15일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진행한 축하열병식에서 첫 공개 연설을 했다. 계속 몸을 뒤척이며 부분적으로 들리는 그의 육성은 버벅거리기까지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지도자적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반면 필자는 어릴 때부터 제왕학을 교육받고 떠받듦에 익숙한 그의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보았다.

2018년 6월 12일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만날 때 많은 이들이 노련한 트럼프에 과연 김정은이 적수가 될 것인가에 의문을 품었다. 반면 필자는 왕자로 태어나 왕이 될 교육을 근 30년 받은 김정은이 4년 임기의 ‘고용 사장’ 트럼프에게 절대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목소리로, 음색으로, 자세로 전달되는 당당함, 그 속에서 느껴지는 말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진정성은 쉽게 빨리 얻어지는 자질이 아니다. 날 때부터 지닌 능력일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을 두고 진행된 단련과 성숙의 결과다. 국가지도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취임사,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압도하는 국회에서의 데뷔 연설, 아픈 질곡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광주에서의 기념사, 최강대국이자 맹방인 미국 대통령과의 상견례에서 당당함을 보였다, 좋은 출발이다.

그 힘을 이어가 눈덩이 커지듯 계속 흡수하고 성장하는 지도자가 될지, 이제 진짜 출발이다. 하루아침에 무오류의 전지전능한 신이 된 양 착각하고, 독불장군 마이웨이 한 전임자 전철을 밟을지 지켜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