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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북한의 인간로봇쇼 ‘태양절’을 보면서, 5년 임기 사장인 ‘달’은 내려간다" (최보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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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82회 작성일 22-04-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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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북한의 인간로봇쇼 ‘태양절’을 보면서, 5년 임기 사장인 ‘달’은 내려간다" (최보식의 언론, 2022.04.18)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6465

110주년 ‘태양절’ 행사, 숨이 턱 막힌다. 수십만 명이 하나로 기계 같이 움직인다. 각 단막이 상징과 의미를 담고 돌아가는 한 편의 서사시 선동(煽動)이다. 21세기 IT를 배제하고 오로지 몸으로 때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22년 4월 15일 현실이다.

흔히 보는 왼 어깨에 총을 메고 오른 팔만 앞뒤로 흔드는 군 행렬이 아니다. 한 막 1천2백여 명이 춤추고 돌고, 북 치고 흔들어도 일사분란하게 보와 열이 맞다. 군 시절 110명 중대원이 동작을 맞추지 못해 뙤약볕에 굴러야 했다.


<사진> 2022년 4월 15일 태양절 행사 / 강동완TV 캡쳐

<사진> 2022년 4월 15일 태양절 행사 / 강동완TV 캡쳐

<사진> 2022년 4월 15일 태양절 행사 / 강동완TV 캡쳐

인간이 저렇게 할 수 있구나는 경탄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생했을까 안쓰러움이 앞선다. 동원된 수십만 인간이 가져야 할 수십만의 사고와 창의를 배제하고 오직 하나로 맞춘,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는 일념(一念)을 갖게 한 통제가 무섭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기네스북에도 당연히 올라야 할 ‘인간로봇쇼’를 보며 가진 두 가지 ‘안타까운 단상’을 적어본다.

첫째, 행렬에 박수치고 환호에 답하는 김정은의 안색이 어둡다. 경제난에, 고갈된 통치자금에 불면(不眠)의 하루하루를 이어야 하는 그의 형편이다. 없는 살림을 쪼개 수십만 명을 동원해 입히고 먹여 세계가 경악할 퍼레이드를 벌려야만 하는 작금의 사정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정책 실패에 원인이 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빌려 자신을 연명해야 한다. ICBM, SLBM을 쏘아 올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주민에게 틈을 주지 않은 선전선동만이 그의 살 길이다.

행렬이 끝나고, 돌아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그의 늘어진 어깨가 보이는 듯하다. 그가 마지막 숨을 멈출 때까지 권력을 틀어쥐고, 완성된 핵 무력을 흔들면서 경제난을 극복하고 체제를 안정시키고, 대를 잇고 잇고 또 이어도 김씨 왕조에 영원히 충성을 맹세하는 신민(臣民)들, 버릴 수 없는 이 꿈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 주민을 틀어쥐기 위해, 반응 없는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발 나 좀 봐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꿈을 안고, 결코 오르지 못할 산을 오르려는 김정은은 시시포스(Sisyphos)와 같다.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를 걷고 있다. 그 자신이 바뀌어야만, 달리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결단코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주석단의 김정은 곁에 섰어야 했다. 자신이 꿈꾸었던 공존 공생의 북한 현실에 감탄하면서 자부심에 가득차 예의 미소를 전 세계에 날려야 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를 관람하고 경기장을 메운 15만 명의 평양 시민에게 한 격정의 연설을 되풀이해야 했다.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처절했던 3.1절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밝혔던, 새로운 한반도가 하나하나 착실히 잘 진전되고 있음을 득의에 찬 목소리로 상기시켜야 했다.

“새로운 100년은 진정한 국민의 국가를 완성하는 100년입니다. 과거의 이념에 끌려다니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통합하는 100년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한반도라는 용기 있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 우리가 갖게 된 한반도 평화의 봄은 남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손을 맞잡고 새로운 한반도를 함께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은 극명의 갈림길에 섰다. ‘북한체제 소유주’ 김정은은 더 확고한 독재자의 길을 화려하고 굳세게 걸어가고 있다. 다만 일순간의 영광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히틀러, 차우셰스쿠, 후세인, 카다피 선배를 따를지 호네커 길을 걸을지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5년 임기 사장’ 문재인 대통령은 낙향한다. 2022년 한반도 현실을 뉘우치고 한탄하는 회환(悔恨)에 잠길까, 아니면 판문점에서, 평양에서, 유엔총회장에서, 전 세계를 돌며 외쳤던 그 감동의 여운을 평생 놓치지 않으려 다짐할까. 그래도 그는 임기 동안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며 남은 생을 향유할 것이다.

‘태양절’을 보면서 ‘달’은 내려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북한에는 이어지고, 남쪽에는 다행히 끝난다. 북한 주민 여러분,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남한 주민 여러분,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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