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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40] "자연에 녹아드는 분단, 독-독 야외박물관" (매경프리미엄,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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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86회 작성일 22-04-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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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40] "자연에 녹아드는 분단, 독-독 야외박물관" (매경프리미엄, 2022.04.04)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4/31710/

바이에른(Bayern)에 들어선다. 뮌헨대학교에서 3년을 공부했으니 남다른 감회가 드는 곳이다. 1986년 4월 도착 후 한 학기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어학을 연수할 때였다. 거주 신고를 위해 시청을 찾았다. 지도상 분명히 근처인데 알 수 없어 지나는 행인들에게 물었다. "시청이 어디지요?(Wo ist Rathaus: 보 이스트 라트하우스)" 몇 사람의 모른다는 답변에 "시청이 어디에 위치해 있습니까?" 등 문장을 바꾸어도 고개만 갸우뚱하며 가버릴 뿐이었다. 마침내 바이에른 특유의 맥주배가 나온 어느 분이 "오, 라ㄹㄹ트하우스"라며 바로 뒤를 가리킨다. 'R'를 제대로 굴리지 못한 경상도식 독일어 때문에 시청 앞에서 시청을 찾았던 일화다.

1989년 베를린 자유대학교로 옮겨 공부하면서 북쪽 중심지 베를린과 남쪽 중심지 뮌헨, 크게는 프로이센(Preußen)과 바이에른의 차이를 실감했다. 성격도 문화도 다르고, 바이에른 사투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베를린에서 공부한 후 뮌헨에서 직업을 가지기 어렵고 그 반대도 그렇다는 농반진반(弄半眞半)의 말이 있을 정도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프로이센 중심으로 독일이 통일할 당시 바이에른은 마지막까지 독립성을 주장했다. 독일 보수정당의 중심인 기독교민주당(CDU)은 전국 정당이지만, 바이에른은 제외다. 자체적인 기독교사회당(CSU)을 가지고 CDU와 항상 연정을 구성할 뿐이다.

같은 점 두 가지를 체험했다. 뮌헨대, 자유대 할 것 없이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 교유했던 친구들 가운데 통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100% 'Nein(반대)'이란 답이 돌아왔다. 동독이 사회주의 우월성을 자랑하며 저희들끼리 잘 산다고 하는데 굳이 통일해서 복잡하고 어렵게 살 필요가 있느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견이었다. 이성에 기초한 독일식 합리성이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체감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민족이라는 '감성'이었다. 아니 '이성에 내재한 감성의 발로'였다. 민족은 하나다, 민족은 하나여야 한다는 진실을 보고 느꼈다. 45년 분단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나타났지만, 통일 독일은 분단 시기와 비교할 수 없는 정치·경제·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바이에른은 통일 전에도 후에도 가장 부강한 연방주다.

독-독 야외박물관(Deutsch-deutsches Freilandmuseum)은 서독 바이에른 라퍼스하우젠(Rappershausen)과 동독 튀링겐 베룽겐(Behrungen) 접경지에 위치한다. 라퍼스하우젠에 있는 '접경정보안내소(Grenzinformationsstelle)'와 베룽겐 등에 자리한 동독 감시탑을 포함하는 접경시설물로 구성된다. 접경정보안내소는 동·서독 접경선을 따라 서독 주요 지역에 개설되어 접경지역 현황을 설명해주고, 내독 간 방문 및 교류에 필요한 지원 역할을 하였다.

독-독 야외박물관은 현재 세 개의 방문 코스로 나누어 관광버스를 이용한 탐방이 가능하다. 라퍼스하우젠에 있는 접경정보안내소와 감시탑, 베룽겐과 곰페르츠하우젠(Gompertshausen)에 있는 콘크리트 감시탑을 포함한 접경 방어물을 둘러보는 데 3~4시간이 소요된다.

▲ 독-독 야외박물관 현황을 소개하는 안내판 / 사진=손기웅

라퍼스하우젠 접경정보안내소

바이에른 접경 벌판에 홀로 우뚝 선 접경정보안내소는 1970년대에 건립되었다. 서독 접경수비대, 바이에른 접경경찰, 세관원이 근무했고 여기서 수많은 사람이 접경지역 관련 자료를 얻고 현황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바이에른주 탐방의 출발이 여기다.

▲ 라퍼스하우젠 접경정보안내소 / 사진=손기웅·Deutsch-deutsches Freilandmuseum

베룽겐 야외박물관

동독 베룽겐 야외박물관은 한 가족의 집념이 어린 곳이다. 2000 시간 이상을 자발적으로 헌신하여 조성하면서 부분 공개를 한 후 2003년 6월 22일 전체를 개방하였다. 그 뜻을 기려 '독일 분단에 대한 경종과 추념소(Mahn-und Gedenkstätte zur deutschen Teilung)' 외에 '유럽의 경종과 추념소(Mahn-und Gedenkstätte Europas)'라 명명되었다. 자연환경유산을 포함하여 문화유산, 고고학적 유산, 자연보호 지역이자 특히 박쥐 보호지이다.

▲ 베룽겐 쪽 통문을 지나 접경장벽으로 가는 코론넨벡을 걸으면 좌우에 안내판, 콘크리트감시탑과 철조망장벽 등 당시의 탈출방지시설이 넓은 벌판의 일부가 되어 맞는다. / 사진=손기웅

▲ 콘크리트감시탑 문 위 박쥐 보호지역 표식이 이채롭다. / 사진=손기웅

▲ 2001년 3월 10일, 여기서 10살 아이가 지뢰를 발견했다면서 주의를 환기하는 안내석이다. / 사진=손기웅

▲ 동독의 탈출 방지 집념, 물막이가 다른 곳보다 폭이 넓은 편이다. / 사진=손기웅

▲ 동독 영토임을 알리는 국경표식지주가 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다. 분단 세월을 넘고 통일의 시간이 흐르며 강렬했던 검정, 빨강, 노랑도 바래고 떨어졌다. 이름 모를 꽃들과 어우러져 자연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 사진=손기웅·강동완

▲ 반대편 바이에른 쪽에서 바라본 베룽겐 접경시설물, 어떠한 군사적 시설 없이 안내판이 전부다, 자유다. / 사진=손기웅

▲ 바이에른 라퍼스하우젠 접경정보안내소로 가는 ‘자연탐방로(Naturlehrweg)’ 입구와 지역 생물다양성 현황 / 사진=손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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