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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려 라, 건너편도 우리나라다" (한국NGO신문,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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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99회 작성일 22-06-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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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려 라, 건너편도 우리나라다" (한국NGO신문, 2022.06.05)

http://www.ngonews.kr/sub_read.html?uid=134322


6월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얼을 기리는 달이다. 조국의 독립에 피를 뿌리신 순국선열(殉國先烈),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몸을 불사른 호국영령(護國英靈)을 추념한다. 머리 숙여 경건한 마음으로 그 분들의 정신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영원한 안식을 조용히 기도한다.

분단 75년인 2020년 문뜩 깨달았다, 감사드리고 명복을 비는 것이 과연 그 분들을 위하는, 그 분들이 바라는 것일까? 그 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 분들이 생명을 다하며 소망했던 조국의 독립, 진정한 대한민국의 건국, 통일이 아닐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우리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통일을 위해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2022년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사라졌다. 정책 실패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까지 겹쳐 모두가 먹고 사는 일상에 바쁘다. 부동산 안정, 일자리 창출, 자원 확보와 수출 등 경제난 해결이 급선무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김정은의 탄도탄 불꽃놀이로 국가안보도 위중하다. 윤석열 새 정부가 출발하며 이들 문제 해결을 공약하였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분단이란 구조적으로 주어진 멍에와 질곡 아래서.

통일의 길을 반드시 끝까지 가야만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기본요소 중에 자본과 기술을 제외하고 노동, 토지, 자원, 시장, 교통로가 우리에게는 결핍되거나 없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지금까지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이들 요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는 한 성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분단의 갈등 상황에서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국가 대외 신인도가 고비마다 출렁거리면 성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통일이 되면 노동, 토지, 자원 문제가 해결된다. 북한 지역은 물론이고 문화적 유대가 큰 동북 3성이란 넓은 시장이 확보된다. 섬 아닌 섬인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 비로소 반도(半島)로서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여 명실상부하게 대륙으로, 유라시아에 진출할 수 있다.

경제성장 외에 통일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그러나 주권국가가 반드시 가져야 가치들을 수반한다. 분단의 남북 경쟁 속에서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하며 국력에 걸맞은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건전한 경쟁은 사회를 강건하게 만든다. 그러나 남북 이념 대립 속에 잉태한 남남 갈등으로 작금의 우리 사회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없는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 되었다. 상식과 양식이 통하지 않는 진흙탕이다. 통일이 된다고 해서 사회통합이 그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북 갈등이 새롭게 대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남북 주민 모두가 하나의 조국을 위해 협심하는 통합된 사회를 진전시킬 수 있다.

통일이 되어야만 정치 강국, 군사 주권국, 경제 강국, 통합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하늘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우리에게 그 길로 갈 것을 각오하고 실천하라고 꾸짖고 계신다. 2020년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난 해 작지만 의미가 큰일을 벌였다. ‘통일염원비 열려라’를 세웠다.

통일염원비 앞면에 남북 모두가 숭상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체로 ‘열 려 라’를 새겼다. 아래에는 8개의 가시가 꽂힌 철조망과 ‘분단’을 새겼다. 분단된 조국 팔도강산이 열리기를 소망한 것이다. 그 아래에 분단된 해 1945를 새기고, 그 옆은 비워두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 해를 새기기 위함이다.

비석 뒷면에는 분단 햇수만큼 철조망 가시를 넣었다. 분단 76년을 맞아 먼저 75개의 가시를 새겨놓고, 염원비를 제막한 2021년 8월 15일 12시 정각에 철조망 가시 하나를 현장에서 더하며, 분단을 부끄러워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실천하고자 다짐했다. 비의 기단에는 우리의 각오를 한 번 더 다지는 의미에서 “통일, 가지 않은 길로 가야만 하는 길, 끝까지 가겠습니다”를 새기고, 뜻을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이름을 기록하였다.


<사진>▲ 통일염원비 “열 려 라”


통일이 되는 그해 그날까지 매년 6월부터 국민적 통일 의식을 확산하고 통일 행진을 진행하고, 8월 15일 정오에 통일염원식을 철조망 가시 하나를 추가하면서 거행할 것이다. 마침내 통일이 되면 1945 옆에 그 해의 숫자를 새겨 넣고, 이제는 분단을 추념하고 통일을 기념할 것이다.

원래 통일염원비를 우리나라 거리 측정의 원점이 되는 세종로에 위치한 도로원표(道路元標) 지점에 모실 계획이었다. 광화문광장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등 민족의 영웅이 모셔져 있다. 오늘의 우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歷史)에 더해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지향하는 통일염원비를 여기에 모시고, 통일의 의미를 국민과 함께 느끼고자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남산의 ‘안중근의사기념관’, 효창공원의 ‘백범김구기념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통일염원비는 임시로 파주 민간인통제지역 통일촌에 조성된 무궁화동산에서 북쪽을 향해 ‘열 려 라’를 외치고 있다. 언젠가 수도 서울의 중심에 모셔져, 국민들이 통일 의지를 다질 날이 오리라 믿고 뛰고 있다.


<사진>▲ 통일염원표지판 “건너편도 우리나라다” 


분단 77년 올해에는 DMZ 남방한계선 곳곳에 “건너편도 우리나라다. Over there is Korea, too”를 새긴 통일염원표지판을 세우고자 한다. 통일전망대에 가면 북쪽을 보도록 망원경들이 설치되어있다. 그 옆에 통일염원표지판을 두어 방문객이 북한을 구경삼아 보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하나의 조국이라는 사실,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는 뜻을 새기면서 눈을 부릅뜨도록 하려 한다.


통일되어야만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만개될 수 있다. 그날을 위해 우리 마음을 다지고 일상에서 행동해야 한다. 분단이 일상화되고, 일상 속에 관심 없는 남의 얘기가 되어가는 ‘통일’을 우리의 가슴과 머리로 다시 활짝 받아들이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과 은덕으로 지금의 삶을 사는 우리가 “그분들의 뜻을 내가 이루리라” 깨치고 결단하여 행동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번 6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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