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

손기웅원장 자료실

[손기웅의 통일문]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 국정원의 역할이 왜 지금 중요한가" (최보식의 언론, 20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94회 작성일 22-11-28 14:11

본문

[손기웅의 통일문]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 국정원의 역할이 왜 지금 중요한가" (최보식의 언론, 2022.11.28)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8798


<사진> 국정원 원훈석

김정은과 김여정이 애처롭다. 한·미·일이 북한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대북 국제제재 공조 및 추가 독자제재를 시사하자 분기탱천했다.

김정은의 11월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에 이어 24일 김여정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막말까지 쏟아냈다.

없는 살림에도 연달아 쏘아 올린 ‘탄도탄 불꽃쇼’가 제재를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하자, 정책실패에 대한 내부적 볼멘소리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식량이나 사고 생필품을 나눠줬으면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한 시기다. 한반도와 독일 사이의 크나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로 평화통일’을 가능하게 한 당시 서독 ‘연방정보원(Bundesnachrichtendienst: BND)’의 활동을 상기해본다.

개혁·개방으로의 변화를 거부하며 주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강압했던 동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극적인 과정은 세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1989년 여름 동독 주민의 해외 탈출과 대규모 군중 시위의 결과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열렸다.

둘째, 동독 주민이 통일 요구를 분출하고, 1990년 3월 18일 동독 역사 40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시된 자유총선거에서 서독과의 조속한 통일을 공약한 보수정당이 압승했다.

셋째, 선거로 구성된 동독 마지막 정부가 서독과 협상을 통해 동독이 서독 체제에 ‘편입(Beitritt)’하는 형식으로 10월 3일 독일 통일이 완결되었다.

화려하게 조명받은 이 역사적 무대의 주연(主演)은 동독 주민이었다. 40년 동안 인민민주주의를 체험하면서 인민이 주인이기는커녕 굴종과 억압과 학대 속에 속았다, 이것은 아니라고 자각했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복지의 서독에 희망을 품은 그들은 몸을 일으켜 항쟁하며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고, 선거를 통해 통일을 향한 민족자결권을 행사했고, 평화적 합의통일의 원동력이 되었다.

드러나지 않은, 잊어서는 안 될 빛나는 조연(助演)이 서독 연방수상청 직속기관인 BND였다. 첫 단계에서 동독 주민의 요구가 개혁·개방을 지향하게,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게 하면서,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 서독대사관에 진입한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올 수 있도록 하여 동독 주민의 결단에 불을 붙였다.

베를린장벽 붕괴 즉시 분단 이전에 하나였던 정당의 동독 내 부활과 자매결연, 다양한 정당·사회단체 지원, 성직자·환경평화운동가를 포함한 동독 여론 지도층에 다가가 3월 18일 총선에서 통일 요구가 결정되도록 한 두번째 단계였다. 마지막으로 통일 협상에서 화폐·경제·사회통합을 이루고, 군(軍) 통합을 준비하고, 최종관문인 법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고비 고비의 과정이 무리 없이 진척되도록 헬무트 콜 수상의 지휘를 BND는 소리 소문없이 실행했다.

현 시기 우리 대북정책의 한 축은 대북 억제력 강화 및 견고한 대북제재 이행이다. 다른 한 축은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다. 속칭 ‘대북 전단 금지법’이라는 북한 주민 눈·귀 가려주는 법으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주민에 대한 자료·정보 전달을 통제했다. 국가정보원 활약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고, 북한 주민 대상 활동 방향은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북한 주민에게 바깥 세계를 알리는 일이다. 21세기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세상이 어떠한지, 과학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이고,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인권이 있고 복지를 누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리는 일이다.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인권·복지의 수준과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와 어려움, 정당 간 갈등과 노동자 시위 등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역동적인 자유롭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셋째, 북한 주민과 함께 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어떠한 전쟁도 반대하며, 한반도 모든 주민이 자유·민주·인권·복지를 누릴 수 있는 통일, 그 길로 북한 주민과 함께 평화적으로 걸어가려는 우리의 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넷째, 김정은·김여정을 포함한 김씨 일가에 대한 저급한 비난은 삼가도록 한다. 그들이 대통령에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저속의 길’을 걸어도, 우리는 대범하게 원칙적인 ‘품위의 길’을 걷는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우리에게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북한 주민이 눈과 귀를 열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북한 주민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의 총지휘자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국가정보원의 임무는 지휘에 맞추어 있는 그대로의 진실과 현실을 북한 주민에 알리는 일이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 그대로 조용하게 수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이 어떻게 지휘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북한 주민 변화는 임기 내에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역사상 최대의 남북 경제력 차이, 도발 속에 더욱 깊어진 경제난·식량난과 김정은의 정책 실패가 북한 현실이다. 북한 주민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인간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