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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개천절과 독일통일의날이 같은 날이었다는 사실" (최보식의 언론,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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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45회 작성일 22-10-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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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개천절과 독일통일의날이 같은 날이었다는 사실" (최보식의 언론, 2022.10.03)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8304


10월 3일, 하늘이 열리고 민족이 나라를 세운 날, 개천절(開天節)이다. 독일에서도 그러했다. 32년 전 이날, 장벽이 열리고 독일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사변, 평화적으로 두 체제가 하나가 되었다.

‘통일’은 독일에서 이제 더 이상 주제가 아니다. 일상이 되고 역사 속에 묻혀간다. 별다른 기념식도 없다. 소박한 국가적 의식과 지역마다 조촐한 행사가 전부다. 잊혀지는 통일이다.

우리에게도 통일은 이제 관심 밖이다. 독일 통일이 그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 독일 통일이 우리 사회의 통일 의지에 긍정적보다 부정적 영향을 더 주었다. 그것도 독일 통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전달 때문에. 잊고 싶은 통일에 기여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다. 첫째, 독일 인사들의 의도치 않은 영향이다. 통일을 먼저 이룬 선배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통일을 잘 준비하라는 좋은 취지에서, 그들이 통일 이후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을 부각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차원에서 비용과 갈등이 얼마나 컸던가를 수치와 사례를 들며, 해를 더해가며 열정적으로 지적했다.

문제는 통일로 인해 그들이 얻을 수 있었던, 통일로 통해 이룰 수 있었던 긍정적인 면보다 문제점을 더 부각하거나, 혹은 우리에게 전달된 데 있다. 우리 사회에 통일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고양시키기보다 통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확산시켰다. 급기야 통일을 꼭 해야 하는가, 전쟁만 없다면 따로 떨어져 공존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고 더 이득이 아닐까란 냉정한 계산이 시작되었고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둘째, 독일과 국내 일부의 단견적 주장이다. 엄청난 통일비용이 통일 과정에서 서독 콜 수상을 비롯한 보수정당의 잘못된 정치적 결정 때문이라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비판했던가? 공식 환율이 서독 1 마르크가 4 동독 마르크인데, 그것을 1:1로 교환해주었다, 동독의 노동생산성이 서독의 1/3에 미치지 못하는데 동독의 임금수준을 서독의 60% 수준으로 보장해주었다, 서독 연금체계에 한 푼도 기여하지 않은 동독 주민에게도 연금 혜택을 주었다고 비난했던가?

경제적 측면을 무시한 정치적 판단이 엄청난 비용을 초래했다는 독일 일각의 주장을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통일을 경제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고, 통일의 어려움을 부각시켰고, 통일에의 무관심과 회피, 통일 반대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과연 그럴까, 경제적 고려를 앞세웠다면 통일 자체가 가능했겠는가?

동독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통일이 되어 자신의 재산이 1/4로 줄어든다면 과연 통일을 원했겠는가? 통일이 되면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자신의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사실상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공포에 더해 일자리를 설령 가진다해도 서독 노동자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다면,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면 통일할 이유를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치적 결단, 민족통일에 모든 초점을 둔 덕분에 독일은 신속한 평화통일, 그것도 서독식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통일을 이를 수 있었다. 어느 국가도 독일의 통일을 원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통일의 창이 잠시 열린 기회를 낚아챈 독일은 역사상 가장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셋째, 독일 통일을 취재한 언론·방송의 영향이다. 통일 5년, 10년, 20년에 이르기까지 독일 현장을 찾은 언론·방송은 통일로 인한 어려움을 더 부각했다. 이후 이룬 성과에 더 초점을 두었으나, 이미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는 동서독 주민 간의 갈등, 동독 주민의 불만이 자리잡았다. 물리적 장벽은 무너졌으나 머릿속 장벽은 여전하다, 동서독 주민 간 소득과 실업률에 차이가 크고, 동독 주민은 2등 국민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통일의 해를 더해가며 독일 취재를 위해 자문을 청하는 언론·방송에게 재삼재사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부탁했다. 동서독 주민을 다 만나야 한다, 통일 이전에 잘 나가다가 통일 이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반대로 통일 이전 별 볼일 없다가 통일로 새로운 희망의 삶을 얻은 사람, 통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 세대도 동서독 지역에서 골고루 만나 그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듣고 종합적인 평가를 우리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국민 소득이, 삶의 만족 지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어느 국가에 가서도 그 국민에게 당신은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들은 불만도 얘기할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동서독 주민 몇 명을 만나 불만을 듣고, 그것이 독일 통일의 후유증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넷째,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로 하나가 된 독일 통일을 반기지 않는 그들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헌법 개정을 기도했던 그들이다. 분단국가가 하나가 되는 통일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존이 사실상의 통일이라 주장했던 그들이다. 1민족·1국가·1체제·1정부의 통일이 아니라, 연합과 연방제를 대안으로 연구했던 그들이다. 집권 5년간 독일 통일날에 어떠한 의미 있는 행사도 가지지 않았던 그들이다.

물론 독일과 한반도에는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통일 길이 독일과 동일할 수는 없다.

독일 통일 32주년, 이것만은 분명히 알자. 독일 통일, 자유민주적 체제로 평화적으로 하나가 된, 우리 헌법에 규정된 통일방식이다. 통일 독일, 통일 이후 겪어야만 했던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돌파하여 분단 시기와 비교할 수 없는 정치 강국, 군사주권국, 경제 강국을 이루고 통합된 사회를 만들고 있다.

통일 이후 거리에 뛰쳐나가 분단 시절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사람이 없는 독일이다. 구 동독지역 주민, 불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복지를 우리 이상으로 누리고 있다.

언젠가 한반도가 하나가 되는 날을 10월 3일로 만들어 '개천절'에 의미를 더하고, 서방과 동방, 유럽과 아시아에서 독일과 대한민국이 함께 평화를 축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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