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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마지막 기회!...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를 위한 ‘생환거래’를" (최보식의 언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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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52회 작성일 22-10-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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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웅의 통일문] "마지막 기회!...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를 위한 ‘생환거래’를" (최보식의 언론, 2022.08.29)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8072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이산가족상봉 구상’을 추진할 것을 지난 칼럼에서 제안했다. 넓은 의미에서 이산가족에 포함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 ‘국군포로, 납북자와 억류자의 생환(生還)’이다.

이산가족은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비상적 상황에서 우리 민족 전반에 들씌워진 비극이었다.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박탈한 희생자들이다. 헌법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이들의 생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해 공무원 피살’ ‘탈북 어부 북송 사건’이 환기시킨 국민 생명의 존엄성이 이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다 적에게 붙잡힌 국군은 ‘정전협정’에 따라 송환되어야 했다. 그러나 8만 2천여 명으로 추산된 국군 실종자 가운데 당시 포로 교환에 따라 남쪽으로 최종 송환된 국군은 8천 3백여 명에 불과했다.

전쟁 중 북한은 10만여 명의 주요 인사와 가족을 납치했다. 1953년 휴전 이후 해상과 공중에서 북한이 납북한 우리 국민의 수는 4백 수십 명에 이른다. 해외에서 혹은 육로를 통한 납북을 더하면 실제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은 5백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다 납북되어 현재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이탈주민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등 6명도 포함된다.

2022년, 포성이 멈춘 지 69년이 지나며 과연 국군포로 가운데 몇 분이 생존하고 계실까. 납북 43년 만인 1994년 자신의 두 발로 자유를 찾은 조창호 소위와 같은 탈북 국군포로는 근래에 없다.

북한의 짧은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1950~60년대 납북된 인사들 가운데서도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하여 생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단 한 분이라도 대한민국은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반드시 회복시켜드려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다. 해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이산가족상봉에 선심 쓰듯 몇 명을 포함시켜준 것이 전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깊이 검토했었던, 분단 기간 서독이 동독에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의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자유롭게 이주시킨 ‘정치범 자유를 위한 거래’ 속칭 ‘자유거래(Freikauf)’를 다시 한번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서독은 자유거래를 ‘특별사업(Sondergeschäft)’으로 분류하여 동독과 비밀리에 추진했다. 보수당 아데나워 정부 시기인 1963년부터 시작된 자유거래는 진보당 브란트와 슈미트 정부를 거쳐, 다시 보수당 콜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어도 그 다음 달까지 외화 획득이 절박했던 동독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다.

‘자유거래’를 통해 1963년부터 1989년까지 총 3만3755명이 석방되었다. 한 명당 지불한 대가는 차이가 있었으나, 동독은 총 34억4천만 DM(마르크)을 획득했다. 호네커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당연히 일부를 비자금으로 챙겼다.

자유거래에 소요된 비용은 전적으로 서독 내독관계성(우리의 통일부)의 예산으로 충당되었으며, 철저한 보안 아래 수행되었다. 서독은 정부가 ‘인신매매’로 비난될 수 있었던 거래에 직접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또한 외화를 동독에 직접 줄 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여 교회를 앞세워 진행하였다.


동독 역시 거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비밀경찰 슈타지(Stasi)의 표면적 창구로 동베를린 변호사 볼프강 포겔을 내세웠다.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에서 미국 협상자 도노반(톰 행크스)이 동베를린에 건너가 만났던 사람이 포겔(세바스티안 코치)이었다.

<사진>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서 포겔(좌측)과 도노반

중요한 점은 서독이 대가로 현금이 아니라 현물을 동독에 주었다는 사실이다. 1963년 아데나워 수상 당시 첫 자유거래에서 32만 DM의 현금을 지불하고 8명의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왔다. 직접적인 현금 지급은 이것이 유일한 예외였고, 이후 서독은 물자 제공 방식을 취했다.

물론 서독에서도 자유거래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존재했다. 정치범들이 석방되어 서독으로 건너오면, 동독 체제에 반대하는 비판세력의 잠재력이 약화되고 이로써 동독지도부에 주는 압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반면에 동포인 동독 정치범의 인권문제 해결이 중요하고, 동독 정부가 1953년 6월 17일에 일어난 주민의 민중봉기를 유혈로 진압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데 자유거래가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자유거래에 대한 종합검토를 진행했다. 대가를 받고 자국의 국민을 서독으로 넘긴 자유거래가 동독 정권의 내적 정통성을 본질적으로 약화시켰다, 동독 주민이 동독 정부가 아니라 서독 정부를 희망으로 받아들여 결국 체제를 붕괴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며,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더구나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는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정치적 이유로 납치되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들의 생환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위적인 책무이다.


<사진> 북한에서 탈출한 국군포로 조창호 소위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특히 이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해 생환의 기회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국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 여기서 방법적으로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반인권적 상황에 놓인 동포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로 추진되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독일의 ‘자유거래’ 사례를 우리식 ‘생환거래’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강력한 대북 제재가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금이 지불되는 거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물을 지급하되, 그것도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목적이 자유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만큼 대북 국제제재로부터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 국제협력도 필요하다, 물론 비공식적 차원에서.

반대 여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엄중한 경제난에도 핵 무력 증강에 여념이 없고 도발 위협을 숨기지 않는 김정은에게 물자 지원을 하여 숨통을 틔워주는 거래가, 하루라도 빨리 무너져야 할 김정은 독재체제를 연명시켜줄 수 있는 거래가 과연 옳은 것인가란 거센 비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를 통해 물자 선물을 안아든 김정은이 감수해야 할 대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나 깨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는 수령이 대가를 받고 인민을 남쪽에 넘기는, ‘인민 장사’를 북한 주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버이 수령상(像)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아무리 비공식적으로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한다고 해도 절대 비밀은 없다.

동독 역시 ‘자유거래’의 부작용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추진했고, 시간이 갈수록 확대를 요구했던 이유는 절박한 경제난과 통치자금 고갈이었다.

현재 김정은의 상황은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 우리식 ‘생환거래’가 성사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의 짧은 여생도 시간을 재촉한다. 생환거래가 포함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이산가족상봉 구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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