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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60] "백두산 통일휴게소 (상) (매일경제프리미엄,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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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02회 작성일 22-08-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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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백두산으로 - 60] "백두산 통일휴게소 (상) (매일경제프리미엄, 2022.08.22)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8/32348/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대북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협상에 동참하는 순간부터 절실한 지원과 협력을 동시에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대북 국제제재 완화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접하자마자 집중한 것은 미국의 입장이다.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하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는 한 제재 완화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한미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핵비확산(NPT)체제와 대북 국제제재를 주도하고, 세계 최강이자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군사동맹국이 미국이다. 미국의 확고한 지지 없이 우리가 하려는 비핵화 노력은 사실상 탁상공론이다, 근본적으로 제약된다.

협상 시작 단계에서의 제재 완화에 유보적인 미국의 태도는 북한을 유인하려는 윤 정부의 입장과 의견 차를 보여준다고, 한미 간 한 목소리 조율이 아직 덜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결국 관건은 미·북 대화,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김정은에게 확실히 전달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표현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윤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주요 연설을, 육성으로 발표하는 외교안보 구상을 미국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미국이 전적으로 백업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한미가 공감대를 근본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고, 이는 문재인 정부와 차이를 보여준다. 한미 간 한 목소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두 번째이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더욱 어렵고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은 미·중·러가 북한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핵 초강대국이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NPT체제의 중심국이자 6자 회담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한 목소리로 동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러할 때 북한은 비핵화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3국은 북한 비핵화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였지만, 그 목표와 방법과 시기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다. 북한은 그 틈을 파고들어 지금까지 버티고 시간을 벌면서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이 미국, 중국·러시아와 줄타기 외교를 하며 그 틈을 벌려왔다.

현 국제정세에서 이 전제조건의 충족은 불가능하다. 국가이익에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 3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갈라섰다. 미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대리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러시아 편에 섰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물론이고, 대만을 둘러싸고 군사적으로도 대립하고 있다. 틈을 놓칠세라 북한은 확실하게 중국과 러시아 편에 섰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3국이 지금처럼 부딪히는 상황은 처음이다. 갈등은 3국을 넘어 진영 대립으로까지 전선(戰線)이 넓어졌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평가를 받든 간에 그 성공을 위한 외부적 필수 환경은 비관적이다.

세 번째 전제조건인 비핵화 관련 국내적 정비도 어렵다. 윤 정부가 비핵화로 향하는 자동차를 몰고 간다고 상정해보자. 운전수인 윤 대통령은 엔진을 잘 정비하였다. 비핵화 담당자들이 투철한 자유민주주의자이고, 어설픈 민족주의 코스프레를 하는 비전문가가 아니다. 외교안보라인은 전문성과 실무적 경험, 국제적 네트워크 등 면면이 쟁쟁하다.

뒷바퀴인 국민 지지도 큰 문제가 없다. 윤 정부의 비핵화 구상을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 문 정부가 행한, 비핵화에 무지개 색 페인트칠이 아니라 국민은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원한다.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의 85.5%가 북핵 문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현실(KBS1 여론조사결과, 2022년 8월 14일)에서 국민은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한 당당하고도 실천적인 비핵화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비핵화 자동차를 힘차게 앞으로 밀어줄 각오가 되어 있다. 밀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당기려는 이들은 소수고,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문제는 앞바퀴인 정치권이다. 비핵화 도로를 따라 굴러가야 할 앞의 좌우바퀴가 따로 논다. 여당 바퀴, 야당 바퀴가 제각각이다. 문 정부 5년간 비핵화는 한 발자국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고 북한에 핵무력 강화의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러면서 비핵화 환상을 국민에 심어주어 기만했던 야당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은커녕 윤 정부 정책 발목잡기에 바쁜 현실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의도도 능력도 없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같은 동포인 남쪽을 대상으로 쏠 이유가 없다"로, 다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을 바꿔가며 외쳤던 그들이다.

야당이, 더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의 딴지를 걸어 앞바퀴들 방향이 서로 다르다면 아무리 정책이 좋고, 실무자의 능력이 뛰어나고, 국민의 지지가 있다 해도 자동차는 구를 수 없다. 전복되게 마련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윤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네 번째 전제조건이자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에 노력하는 일이다. 북한 주민이 진실에 눈을 뜨고 귀를 열도록 하나씩,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북한 주민에 다가가서 그들의 눈·귀를 열려는 노력은 대북 제재 속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자료·정보의 전달을 차단한 속칭 '대북 전단 금지법' 틀 안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국제제재가 비핵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북한 주민의 변화는 충분조건이다. 반드시 양자가 동시에 맞물려 추진되어야 한다.

제재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끝까지 버티면서, 주민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권력을 더 공고히 다질 것이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김정은과 주민의 일체감은 커질 수 있다.

변화의 동력은 북한 주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 핵무기가 체제 안보용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용임을, 핵무기로 인한 피해와 고통이 김씨 일가와 권력층이 아니라 북한 주민 자신들에 있음을, 핵무기가 자긍심과 자부심의 상징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 주민이 단 한 가지의 진실이라도 깨닫게 해야 한다. 김씨 일가는 핵무기가 미제국주의자와 그 추종세력들의 북한 침략에 대항하는 체제안보용이라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북한을 군사적으로 선제공격하자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전쟁을 원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지난 분단 시기에 많은 굴곡이 있었고, 한반도가 극도의 군사적 긴장상황에 빠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시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북한을 미국은 공격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결단코 전쟁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원자폭탄·수소폭탄과 다양한 운송수단을 포함한 핵을 보유한 북한을, 미국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북한을 미국이 군사적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을까?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먼저 시작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김정은이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과장하고 거짓말하고 있을 따름이다. 김씨 일가가 권력을 대를 이어 세습하기 위해 호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든 미국이든 북한이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 않는 한 공격은 없다는 진실을 북한 주민이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핵무기를 개발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하도록 해야 한다. 핵무기가 없어야 비로소 그들의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이 시작될 수 있음을 북한 주민이 자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스스로 내도록 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길은 마라톤이다. 결코 쉽지 않고 고비 고비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지만, 끝은 있다. 윤 정부가 내외적 어려움을 모를리 없고, 나름의 대책을 전술적, 전략적으로 구사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 전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부단히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정부가 전혀 관심이 없었고 생각조차하지 않은 이 중차대한 과제를 윤 정부는 밀고 나가야 한다. 비핵화건 통일이건 재삼 강조하지만 핵심동력이 북한 주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진실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고, 북한 주민의 눈·귀를 열고, 북한 주민에게 함께 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북한 주민이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상황으로 가기 위해 필자는 '형제애 정책(Brotherhood Policy)'을 통일·대북정책으로 제안한 바 있다("'형제애 정책' 이름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 최보식의 언론, 2022년 3월 30일). 곧 북한에 닥칠 식량난에 조건 없는 대북 식량지원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다른, 그러나 의미가 큰 8·15 행사

정부 차원의 광복절 경축식이 8월 15일 오전 10시에 열린 직후 정오 12시에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파주 통일촌 무궁화동산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분단 반성 및 통일염원식'이다. 독일 한스-자이델재단도 동참했다.

먼저 지난해 8월 15일 세운 '통일염원비' "열 려 라"에, 금년 분단 77주년을 맞아 분단의 1년이 또 흘러간 것을 부끄러워하며 77번째 철조망가시를 새겼다. 다음으로 통일염원비 곁에 '통일염원표지판' "건너쪽도 우리나라다 Over There is Korea, Too"를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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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염원비 "열 려 라"와 통일염원표지판 "건너쪽도 우리나라다 Over There is Korea,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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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염원비에 77번째 철조망가시를 새기는 필자

광복일이 바로 분단일임을 잊지 말자, 분단 77년을 맞아 광복의 기쁨보다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 후세들은 반성해야 한다, 선열과 선조들이 하늘에서 염원하고 계실 조국 통일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8월 15일이 돼야 한다는 상징적 표현이 통일염원비와 통일염원표지판이다.

앞으로 서해 백령도에서부터 동해 고성에 이르기까지 전체 통일전망대에 통일염원표지판을 세울 계획이다. 특히 각 통일전망대에 설치된 대북 망원경 곁에 세워 북한이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해야 할 동포이고 우리나라임을 방문객들의 가슴에 심고자 한다.

그리고 통일이 되는 그해까지 매년 8월 15일 정오 통일염원비에 철조망 가시 하나를 더할 것이다. 통일의 꿈을 잃지 않고, 국민과 함께 통일의 길을 끝까지 걷고자 한다. 백두산에서 한껏 들이켠 민족정기가 아직도 가슴 속을 힘차게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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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분단 77년 반성 및 통일염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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