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웅의 통일문] "헌법과 헌법영문본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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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62회 작성일 23-06-12 10:59본문
[손기웅의 통일문] "헌법과 헌법영문본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의 정체는?" (최보식의 언론, 2023.06.12)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0611
‘자유민주주의’가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6월 7일 야심차게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국가안보전략서에 ‘자유민주주의’가 꼬였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향과 그에 근거한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라는데 헌법을 존중하는 모든 이들은 공감한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다. 전문(前文)과 제4조(통일조항), 두 번에 걸쳐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전부다. 이를 토대로 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로 주장한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자유민주주의’를 대다수가 ‘liberal democracy’로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제처가 발간한 대한민국헌법의 공식 영문본에는 ‘liberal democracy’가 없다.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표현하고 있다.
헌법 영문본 전체에 걸쳐 ‘liberal’은 단 한 번도 없다. 헌법 국문본에 쓰인 ‘자유’를 ‘free’로 4번, ‘freedom’으로 14번 표현하고 있다. 전문에 나오는 ‘자유와 행복’, 그리고 제12조 1항 ‘신체의 자유’ 등 두 번의 ‘자유’만을 liberal의 명사인 ‘liberty’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 문제 제기는 헌법의 국문본에도 영문본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정말로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인가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학문적 개념도 빈약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별개로 하자. 일본 자민당이 ‘Liberal Democratic Party’로 표기한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은 웃음으로 넘기자.
필자는 본지의 칼럼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헌법에 두 번이나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영문본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 대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이해하고,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과 그에 바탕을 둔 체제가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라고 주장했다.
이승만과 김구의 핵심 주장이 ‘자유’와 ‘민주주의’였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단지 ‘자유민주적’이라 헌법에 축약적으로 표현한 것은 남북 대결 시기의 당시에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대항적 의도였다고 본다.
특히 헌법 등 대한민국의 제반 법규정 제정에 독일의 영향이 컸고, 냉전 시기 동서독과 남북한이란 분단 상황에서 서독이 만든 헌법, 즉 ‘기본법(Grundgesetz)’을 우리가 필수적으로 참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독의 기본법, 이제는 통일독일의 헌법이 된 기본법은 ‘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이 서독/통일독일의 지향 이념이자 체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the free democratic basic order’, 한글로 번역하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다.
이상과 같이 헌법에도 없고, 헌법 영문본에 명시된 ‘자유민주적(free and democratic)’ 대신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로 주장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이 이번 윤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이다.
국가안보전략서의 영문본은 자유민주주의를 16번에 걸쳐 ‘liberal democracy’로 표현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defending liberal democracy’로 8번에 걸쳐 표현했으며,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체제의 근간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liberal democracy and market economy’로 적었다. 한 마디로 윤 정부가 지향하는 이념과 체제는, 헌법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 즉 ‘liberal democracy’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국가안보전략서 영문본은 자유민주주의를 ‘freedom and democracy’로 4번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 3번이 통일과 관련된 문장이다. 6번을 ‘freedom, democracy’로 표현했는데 그중 2번이 통일과 연관된 것이다. 한편 2번에 걸친 통일 관련 다른 문장에서는 ‘liberal democracy’를 사용했다.
윤 정부가 국가안보로 수호해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는 ‘liberal democracy’인데, 지향하는 통일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는 ‘freedom and democracy’ 혹은 ‘freedom, democracy’와 ‘liberal democracy’가 섞여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두 번째 문제 제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형해화된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하고 발전시킨다는데 국민 다수가 윤석열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국민 대부분이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이념과 가치, 그에 기반한 체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번 기회에 시작되어야 한다. 1987년 10월 29일 제정된 지금의 헌법, 8번의 정권 변화를 거치면서도 확립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제는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유민주주의’ 만을 강조하였으나, 이후 여러 공식 축사나 기념사, 국무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강조와 더불어 ‘자유’와 ‘민주주의’로 분리하여 강조하였다. 특히 ‘자유(freedom)’를 강조한 데서 자유민주주의를 ‘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freedom and democracy’로 이해가 정확해졌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이념이자 체제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 ‘자유와 민주주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사계의 지적과 토론을 기다린다.
사족으로 서독/통일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의 손상이나 제거를 목적으로 하거나 행동하는 정당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반헌법적이며, 국가의 재정적 지원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1조).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10611
‘자유민주주의’가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6월 7일 야심차게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국가안보전략서에 ‘자유민주주의’가 꼬였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향과 그에 근거한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라는데 헌법을 존중하는 모든 이들은 공감한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다. 전문(前文)과 제4조(통일조항), 두 번에 걸쳐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전부다. 이를 토대로 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로 주장한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자유민주주의’를 대다수가 ‘liberal democracy’로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제처가 발간한 대한민국헌법의 공식 영문본에는 ‘liberal democracy’가 없다.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표현하고 있다.
헌법 영문본 전체에 걸쳐 ‘liberal’은 단 한 번도 없다. 헌법 국문본에 쓰인 ‘자유’를 ‘free’로 4번, ‘freedom’으로 14번 표현하고 있다. 전문에 나오는 ‘자유와 행복’, 그리고 제12조 1항 ‘신체의 자유’ 등 두 번의 ‘자유’만을 liberal의 명사인 ‘liberty’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 문제 제기는 헌법의 국문본에도 영문본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정말로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인가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학문적 개념도 빈약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별개로 하자. 일본 자민당이 ‘Liberal Democratic Party’로 표기한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은 웃음으로 넘기자.
필자는 본지의 칼럼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헌법에 두 번이나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영문본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 대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이해하고,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과 그에 바탕을 둔 체제가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라고 주장했다.
이승만과 김구의 핵심 주장이 ‘자유’와 ‘민주주의’였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단지 ‘자유민주적’이라 헌법에 축약적으로 표현한 것은 남북 대결 시기의 당시에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대항적 의도였다고 본다.
특히 헌법 등 대한민국의 제반 법규정 제정에 독일의 영향이 컸고, 냉전 시기 동서독과 남북한이란 분단 상황에서 서독이 만든 헌법, 즉 ‘기본법(Grundgesetz)’을 우리가 필수적으로 참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독의 기본법, 이제는 통일독일의 헌법이 된 기본법은 ‘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이 서독/통일독일의 지향 이념이자 체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the free democratic basic order’, 한글로 번역하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다.
이상과 같이 헌법에도 없고, 헌법 영문본에 명시된 ‘자유민주적(free and democratic)’ 대신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대한민국의 지향 이념과 체제로 주장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이 이번 윤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이다.
국가안보전략서의 영문본은 자유민주주의를 16번에 걸쳐 ‘liberal democracy’로 표현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defending liberal democracy’로 8번에 걸쳐 표현했으며,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체제의 근간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liberal democracy and market economy’로 적었다. 한 마디로 윤 정부가 지향하는 이념과 체제는, 헌법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 즉 ‘liberal democracy’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국가안보전략서 영문본은 자유민주주의를 ‘freedom and democracy’로 4번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 3번이 통일과 관련된 문장이다. 6번을 ‘freedom, democracy’로 표현했는데 그중 2번이 통일과 연관된 것이다. 한편 2번에 걸친 통일 관련 다른 문장에서는 ‘liberal democracy’를 사용했다.
윤 정부가 국가안보로 수호해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는 ‘liberal democracy’인데, 지향하는 통일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는 ‘freedom and democracy’ 혹은 ‘freedom, democracy’와 ‘liberal democracy’가 섞여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두 번째 문제 제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형해화된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하고 발전시킨다는데 국민 다수가 윤석열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국민 대부분이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이념과 가치, 그에 기반한 체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번 기회에 시작되어야 한다. 1987년 10월 29일 제정된 지금의 헌법, 8번의 정권 변화를 거치면서도 확립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제는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유민주주의’ 만을 강조하였으나, 이후 여러 공식 축사나 기념사, 국무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강조와 더불어 ‘자유’와 ‘민주주의’로 분리하여 강조하였다. 특히 ‘자유(freedom)’를 강조한 데서 자유민주주의를 ‘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freedom and democracy’로 이해가 정확해졌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이념이자 체제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 ‘자유와 민주주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사계의 지적과 토론을 기다린다.
사족으로 서독/통일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의 손상이나 제거를 목적으로 하거나 행동하는 정당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반헌법적이며, 국가의 재정적 지원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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